미국·유럽 등 주요 증시 일제히 급락 '검은 화요일'
연준, 오는 20~21일 '자이언트스텝' 이상 단행할 듯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물가 정점론'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휩싸였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물가 정점론'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상품 위주의 물가상승압력이 서비스까지 전이되는 등 소비자물가의 하단은 견고했다.
이는 물가 상승률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만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금리인상 기조를 지지하면서 오는 20~21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울트라스텝'(100bp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미국의 금리 상단은 올해 4%를 넘어 내년 4.5%에 다다를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1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이달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75bp(1bp= 0.01%)씩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 66%로 내다봤다. 하루 전 9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25%p 떨어졌다. 반대로 가능성 '제로(0%)'에 수렴했던 울트라스텝 전망은 34%까지 올라섰다.
실제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인 노무라는 이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폭 전망치를 종전 75bp에서 100bp 인상으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고착화하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선 더욱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간밤 미국 CPI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자국 내 CPI가 전년동월대비 8.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 둔화한 것이나, 시장 예상치(8.0%)를 상회했다.
당초 시장에선 최근 각종 물가 지표들에서 정점론을 뒷받침해주는 발표가 이어졌고, 하루 전 발표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도 이런 시장의 기대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미국 CPI는 에너지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식료품·주거비 등의 상승이 이를 상쇄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변동성이 심한 식품·에너지류를 제외한 근원CPI(0.6%)는 전월(0.3%)보다 두 배 커졌다.
마크 잔디 무디스 어낼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CPI 결과에 대해 "근원CPI 상승률은 경제 전반에 물가 압력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잘 보여줬다"면서 "자동차와 의료서비스, 임대료 등 모든 분야에서 물가 오름세가 강했다는 게 이번 물가지표의 가장 당혹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패닉에 휩싸였다. 13일(현지시간) 통화정책·정책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장중 3.794%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10년물 금리도 3.460%까지 뛰어올랐다. 미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 신호로 받아들여져 투자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뉴욕 및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3.9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4.32%), 나스닥지수(-5.16%) 등 뉴욕증시 3대지수는 2년3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50지수도 1.65% 내렸으며 △프랑스 파리 CAC40지수(-1.39%) △영국 런던 FTSE100지수(-1.17%)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30지수(-1.59%) 모두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일본 닛케이225 평균 주가가 전날보다 2.78% 하락했으며 한국 코스피지수도 1.56% 내렸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1%대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에 시장에선 미국의 연말 금리 상단이 4%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초 미국의 기준금리가 4%에 도달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올해 4%를 넘어 내년 4.5%까지 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 주요 전망 기관들은 미국의 최종 금리가 4%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이달 75bp 인상하고 11·12월에 각각 50bp씩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말 미국 금리가 4~4.25%로 올라서는 것으로, 지난 6월 공개된 연준의 점도표 연말 전망치(3.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노무라도 내년 2월까지 금리가 4.5~4.7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예상보다 강한 핵심물가의 하방경직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과 물가 둔화 지연으로 인해 연준의 강경한 긴축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9월 FOMC에서 이번 물가지표에 대한 연준의 평가와 금리인상 폭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FOMC 전후로 시장 변동성 확대 및 달러화 강세 재개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결국 연준은 지난 3월 물가 정점 판단 착오와 7월의 커뮤니케이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파월의 표현과 같이 직설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면서 "9월 75bp, 11월 50bp, 12월 25bp 인상으로 연말 4.0%에 달할 것이며, 9월 점도표에서 내년 금리 전망은 4.5%로 조정될 수 있다. 조기 피벗 기대를 차단하기 위해 2024년 통화정책 기조 전환 전망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