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정부가 29일 발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안을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지만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반응이다. 또 법 개정이 필수인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개편안이 재건축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기 속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초환 도입 당시와 지금 사회환경적 요건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지금은(장기적으로라도) 재초환 폐지까지 포함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개편안이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을 위한 한 걸음이라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포함한 민간중심의 주택공급확대'라는 정책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현 시점의 정책목표'와 현실을 더욱 반영한 추가개편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그간 재건축부담금 부과사례가 드물었고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진 가운데 이번 개편안 발표로 향후 시장 혼선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과다한 재건축부담금 부과로 재건축 사업의 위축 또는 지연 부작용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서울 등 도심 주택공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이번 개편안은 당초 예상과 달리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이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면제 기준 상향,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 조정 등에 따라 재건축을 진행하는 주요 단지들은 이번 합리화 방안이 재건축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개편안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세부 내용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함 랩장은 "부담금 면제 기준 상향으로 지방과 수도권 외곽 등지 일부 단지에서 정비사업 속도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공기여 인센티브도 청약양극화 현상이 커지는 상황에서 도심 내 공공임대나 역세권 첫집 물량 확보 측면, 정부 공급주택 정책 성공을 위한 측면으로 볼 때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장기 보유 1세대 1주택자 부담금 감면은 다주택자 또는 고가아파트 밀집지 등에서의 불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건축부담금의 면제금액과 부과율 구간 완화도 최대 50% 부과율은 완화 내용에서 빠져 과도하다는 시각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초환 감면은 원론적으로 재건축에 긍정적이지만 개별 단지마다 체감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재건축 추진 요인이 큰 곳은 대부분 부과금이 큰 곳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실수요자 배려의 경우 보유기간별 차등감면은 지역별 선호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고령자 납부유예도 당장은 아니지만 세금원금에 지연가산세를 더 해야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번 규제 완화의 실효성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수인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관한법률 개정은 국회 법 개정이 필요한데 10월 중 개정안 발의(의원입법)가 추진된다"며 "실제 감면 수준 등은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팀장은 "개편안은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장기간 계류될 가능성에 따라 법률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며 "이 밖에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만이 여전해 사업 추진이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판단했다.
개편안이 집값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함 랩장은 "이번 규제 완화 조치로 재건축 단지 등에 대한 집값 재불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높고 금리인상 및 경기 위축으로 저조한 주택거래와 구매심리 위축 등에 노출된 만큼 집값 불안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거나 투기적 가수요 유입에 미칠 영향은 당분간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임 팀장은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강북권과 경기 외곽지역 재건축 단지는 부담금이 면제되고,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회수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