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12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0원 넘게 빠지면서 다시 1420원대로 내려섰다. 며칠새 강하게 작용했던 위험회피 심리가 다소 완화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빅스텝'(0.5%p 금리인상)과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작용하면서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435.2원)보다 10.3원 내린 1424.9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전인 11일 하루 만에 22원 넘게 급등하면서 환율은 1435원 위로 올라서기도 했으나, 하루 만에 1420원대로 내려왔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2원 내린 1430.0원으로 개장해 오전 11시20분께 1436.0원까지 올라섰으나 이후 반락했다.
이날 환율 하락은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중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유입됐고, 이에 따라 당국 개입 경계 심리가 커지면서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함께 나온 것이란 관측이다. 이같은 개입 움직임은 전날 환율이 급등하며 연고점 수준에 가까워지자 이를 막기 위해 당국이 미세 조정에 나선 것이란 평가다.
여기에 이날 역대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한은의 결정도 무관치 않았다. 한은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깨고, 기준금리를 2.5%에서 3.0%로 0.5%p 인상했다. 그러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 상승이 이번 빅스텝 금리 결정에 주요한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9월 들어 원화가 급격히 절하된 것이 (빅스텝 결정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면서 "당초 물가상승률이 (10월께) 정점에 달한 뒤에 떨어지는 경로를 예상했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존 경로보다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기간 낮추는 위험이 확대됐다. 여기에 원화 평가 절하는 자체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나타났고, 급락세를 보이던 유로화나 파운드화도 아시아장에서 오후 들어 급상승 반전하면서 달러 약세·원화 강세를 지지했다.
이처럼 환율이 10원 가까이 빠졌지만 이미 절대적 수준이 과거 외환위기·금융위기 수준에 부합한다는 점과 글로벌 '킹달러'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은행권 외환 딜러는 "절대적인 레벨이 워낙 높아서 일중 등락 수준으로는 큰 의미부여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다만, 13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금이라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 이날 하락한 분위기가 연결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