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우리나라의 이차전지(배터리) 공급망에서 가장 취약하면서 규제·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장 높은 분야는 '원료 확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김유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전략연구센터장에게 의뢰해 작성한 '한국과 중국의 2차전지 공급망 진단 및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센터장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충격에 노출돼 있다"며 "해외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해 원료와 이차전지 공급망을 연계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이차전지는 원료 광물이 특정지역에 밀집해있고, 원료 ·소재부품의 중국 독점적 생산과 의존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 자원민족주의 대두, 미중 갈등 등 공급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 다양화하고 복합화 하는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원료와 소재부품 간 국내 공급망이 연계돼 있지 않아, 원료에 대한 규제, 시장가격 듭등 등 외부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위기대응에 취약하다.
김 센터장은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물계약 △장기도입계약 △비축 △해외자원개발 투자 등 4가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현물계약'과 '장기공급계약'을 통한 원료확보가 이뤄지고 있어 대외환경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외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해 원료 공급선을 다각화하고, 가격 변동력과 물량 확보에 대한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지만 2010년 중반기 이후 자원가격 하락기와 정치적 스캔들 등으로 자원개발 전문기업 사업 철수·조직해산, 정부 정책지원 축소 등 기반이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 2008년 100여건에 이르렀던 해외자원개발 신규 건수는 2019년 0건, 2021년 2건 수준에 그친다. 광물·석유에 대한 지원예산도 2010년 3093억원에서 2018년 700억원, 2021년 349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이 직접 해외자원개발 사업 탐색·협약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해외자원개발사업 경험이 부족하고 정부 지원이 미약해 좋은 사업을 선택하고 이를 성사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김 센터장은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의 경제적·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해외자원개발 기반을 마련해, 민간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고, 사업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리튬의 경우 물 사용 등 환경문제, 코발트는 아동노동과 반군자금 등 이차전지 광물 자원은 사회적 책임을 지켜야 하는 사항이 많아 자원개발 사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조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개발은 장기간 지속적 투자와 대규모 예산이 필요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적 지원을 꾸준히 실행해, 이를 기반으로 민간기업들이 자원개발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며 "축적된 시간과 경험으로 민간 기업이 자원개발에 대한 실력과 함께 외부충격 대응력을 자체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