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장 인선, 진옥동 내정자 색깔 '바로미터'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회장 교체를 통해 세대교체 선봉장이 되면서 후속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도 태풍이 불지 이목이 쏠린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인 만큼 비교적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기존 관측과 달리 진옥동 1기 체제를 함께 이끌 새 진용이 꾸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오는 2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연말 임기가 종료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는 차기 신한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61) 신한은행장과 임영진(62)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55) 신한라이프 대표, 이영창(61) 신한투자증권 대표, 정운진(58) 신한캐피탈 대표, 김희송(56) 신한자산운용 대표, 배일규(59) 신한자산신탁 대표, 이희수(58) 신한저축은행 대표, 이동현(51) 신한벤처투자 대표, 배진수(58) 신한AI 대표 등 10명이다.
진 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기 전 그룹 안팎에서는 조용병(65) 현 회장의 3연임과 진 행장과 임영진 사장의 부회장 영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조 회장이 마지막 3년의 임기를 이어가면서 보다 명확한 지배구조 형성 차원에서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차기 유력 회장 후보군인 진 행장과 임 사장을 올려놓는 그림이 예상됐던 것.
그러나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로 차기 회장이 바뀌면서 그룹 지배구조 계획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동시에 내년 진옥동 체제 출범을 앞두고 진 차기 회장과 손발을 맞출 적임자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는 조 회장 임기 내 이뤄질 예정이지만 앞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진 차기 회장의 의중이 중요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조 회장은 지난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끝난 후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향후 조직운영과 인사 계획에 대해 "(차기 회장인) 진옥동 행장과 충분히 상의해 조직이 탄탄하게 갈 수 있도록 인사와 조직개편을 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가장 관심이 큰 곳은 핵심 계열사이자 신한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신한은행장 인사다. 지난 2019년부터 은행을 이끌어온 진 행장이 차기 회장이 됨에 따라 차기 은행장 인사를 앞두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신한은행장 인사가 진옥동의 색깔과 그룹의 세대교체 폭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중론이다.
가장 유력한 행장 후보로는 전필환(57)·정상혁(58)·박성현(57) 부행장과 정운진(58) 신한캐피탈 사장 등이 거론된다. 그룹 내 1964~1965년생들로 모두 그룹 내 요직을 맡으며 뚜렷한 성과를 내는 등 경영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진 행장과는 3~4살 터울이다.
전필환 디지털전략그룹장(부행장)은 그룹 내 '일본통'으로, 진 행장과 닮은꼴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진 행장과 마찬가지로 전 부행장도 오사카지점장과 SBJ은행 부사장을 지냈다. 18년간 일본에서 근무한 이력을 바탕으로 일본계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진 행장의 뒤를 이을 핵심 일본통으로 꼽힌다. 이후 2021년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한 후 디지털전략그룹장을 맡아 은행의 디지털 금융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진 행장 핵심 사업인 배달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같은 이력을 바탕으로 차기 행장에 가까운 인물로 꼽히고 있지만 진 행장과의 닮은꼴 이력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 부행장은 일본 근무이력뿐만 아니라 목포 출신으로, 진 행장과 같은 호남 출신인 점이 겹친다. 인사는 물론 조직문화에서도 '혁신'의 바람을 강조해온 진 행장인 만큼 지역, 경력 안배 차원에서 이력이 겹치는 전 부행장을 행장으로 기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정상혁 경영기획그룹장(부행장)은 진 행장이 신한은행장에 오른 2019년 비서실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고속 승진가도를 달리는 등 진 행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는 등 진 행장과 이력이 크게 겹치지 않는 점도 특징적이다. 2020년부터는 전략, 재무, 기획, 자금조달·운용 등 핵심 부서를 총괄하는 경영기획그룹장(CFO)을 맡고 있다.
박성현 기관그룹장(부행장)은 그룹 내 손꼽히는 전략통으로, 지주 전략기획 및 은행 영업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점이 강점이다. 이력과 성과면에서 그룹을 리딩뱅크에 올려놓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018년 신한은행의 서울시금고 은행 선정 주역이었고, 재선정 입찰을 앞둔 올 초 기관영업그룹장으로 복귀해 서울시 1·2금고 은행을 사수했다. 2002년 제주은행 인수, 2006년 조흥은행 합병 작업을 담당했으며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 및 오렌지라이프 편입 작업도 이끌었다.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경제학과·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정운진 사장은 신한은행 경영기획그룹장과 신한지주 GIB(글로벌&그룹 투자은행) 사업부문장을 역임한 자본시장 전문가다. 2020년 취임 후 신한캐피탈의 체질을 IB 전문사로 개선해 최대 실적을 이끄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구 출신으로 계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고등학교 동문으로 현 정권과의 호흡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주에서 세대교체 신호탄을 쏜 만큼 이번 신한은행장 인사코드는 '깜짝발탁', '세대교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차기 회장과 원활하게 호흡하면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인물을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진 행장 측근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조 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들도 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허영택(61) 신한금융 경영관리부문장(CMO)과 이인균(56) 신한금융 운영부문장(COO)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 부문장은 차기 신한카드 사장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