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됐던 최근 3년간 수혜를 누린 업종 중 하나인 철강사들이 올해는 '삼중고'(三重苦)의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유가, 고환율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에 이어 태풍 힌남노로 인한 생산 차질,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실적이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불황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최고경영자(CEO)들의 리더십에도 관심이 쏠린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업계 1위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예상 영업이익은 8407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4.50%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업계 2위인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01% 감소한 3242억원을, 동국제강은 18.62% 줄어든 15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주 요인으로는 고환율, 고유가 사태와 맞물린 글로벌 경기 침체가 꼽힌다. 실제로 3분기 당시 환율은 1400원대를 넘어서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데 비해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둔화되며 철강사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철강사들은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해 오기 때문에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열연강판(SS275)의 국내 유통 가격은 이달 2일 기준 톤(t)당 105만원으로, 6개월 전보다 16.7%나 하락했다. 수입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여기다 새로운 악재인 전기료 및 기름값 인상도 더해졌고, 지난 9월 유례없는 태풍 '힌남노' 여파로 포항 제철소 전체가 침수되면서 생산마저 차질이 생겼다.
특히 후판 생산을 주도하는 압연공정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수급 불균형 사태가 발생한 것. 이에 따라 국내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소가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을 부득이하게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조선사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도 지속 가중되고 있어 이 같은 불황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철강 업황의 의미있는 상승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는 글로벌 긴축 기조 지속에 따른 상품 가격 약세와 중국의 철강 가동률 상승에 따른 수급 둔화 가능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철강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라 철강수요가 감소하고,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으로 글로벌 철강가격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진들의 리더십 발휘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는 추세다. 각 사 오너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비롯한 탄소중립 실현 등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 발판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