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강화해 고객 확보···'실적 방어 사업' WM·리테일 집중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지속되는 증시 침체와 자금경색 우려가 불거지면서 증권가에선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했다는 비관적 진단이 나온다. 내년에도 비우호적 업황이 전망되면서 증권사 저마다 위기 극복과 실적 방어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과 자산관리(WM) 부문에 공들여 대(對)고객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전날 실시한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과 플랫폼, IT 조직을 통합한 디지털부문을 신설했다. 이 부문 산하 플랫폼총괄본부에 온라인 브로커리지(BK) 전담 애자일(Agile) 조직인 '마블 랜드 트라이브(M-able Land Tribe)와 자산관리 비즈 전담 애자일 조직인 '자산관리Tribe(신설)'를 편제해 고객 중심 금융투자플랫폼 경쟁력을 한 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또, 모델포트폴리오 알고리즘 개발과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전략 개발 등 자산관리 솔루션 제공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WM Tech솔루션부'를 신설하고, 테크 기반 자산관리 솔루션 기획과 개발, 운영을 전담하는 전문가 조직(CoE)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KB증권은 "고객 중심 금융투자플랫폼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 자본시장 등 핵심 비즈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조직 역량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도 비즈니스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디지털 부문에 힘을 준 조직개편을 했다. ICT(정보통신기술)그룹을 새로 만들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디지털그룹 내 'CX(Customer eXperience)트라이브'를 신설, 차별화된 대고객 콘텐츠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IPS그룹은 대고객 금융상품 공급기능을 강화하고 모델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를 추진한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직개편의 핵심은 모든 비즈니스 중심에 고객을 두고 조직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면서 "이를 통해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고, 지속성장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내년 실적 방어책으로 떠오른 리테일·자산관리(WM) 부문에 역점을 둔 점도 눈에 띈다. NH투자증권은 '리테일사업 총괄부문'을 신설, 자산관리(WM)·나무(Namuh)·프리미어블루(PB) 등 3개 채널의 유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기존 WM사업부 산하 WM지원본부는 리테일 사업 총괄 부문 산하의 리테일지원본부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리테일 공통 지원기능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WM그룹과 퇴직연금사업그룹을 리테일 그룹과 통합해 개인고객그룹으로 확대 개편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효과적이고 차별화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고객·고유자산 운영역량을 강화하고 대고객 상품공급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GMS그룹도 재편했다.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높이고 양적·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하나증권은 기존 디지털본부를 자산관리(WM)그룹으로 편입해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결합과 MZ세대 등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나증권은 IB에 편중돼 있는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자산관리(WM) 중심으로 손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리테일통'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을 하나증권 신임 사장으로 내정하기도 했다.
KB증권의 경우, WM과 IB부문의 시너지를 보다 강화하고자 한다. 두 부문의 영업력과 역량 강화를 위해 '글로벌파생상품부'와 '대체신디부'를 신설했다. 글로벌파생상품부는 파생상품 중개 비즈 확대를 통해 WM 수익다변화를, 대체신디부는 국내외 대체투자자산 셀다운을 통한 자본 활용 효율성 강화를 추진한다. KB증권 각자대표로 WM과 IB를 각각 맡고 있는 박정림·김성현 사장은 최근 성과를 인정받고 연임에 성공했다. KB금융 계열사 대표 가운데 최장수 임기(5년)를 이어가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증시 부진 등 업황 악화와 함께 실적 반등이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증권사 저마다 약한 분야를 보완하고 강점에 주력하는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면서 "특히 고객 확보에 역점을 두고 디지털과 리테일·WM 부문을 보다 강화해 실적을 방어하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