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격차 31.12%···"男 100만원 벌 때 女 69만원"
"500대 기업 CEO 중 11명···여성 임원 너무 적어"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가 OECD 가입국 중 1위다. 이같은 불명예는 26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OECD가 공개한 '성별 간 임금 격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1.12%다. 남성의 임금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여성은 68만 8800원만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같은 자료를 근거로 한국의 노동 환경 실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과 일본기업이 여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한국은 OECD에서 여성 교육 수준이 가장 높지만 핵심부서나 관리직 기회는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31.1%로, 일본(22.1%), 미국(16.9%), 캐나다(16.7%), 영국(14.3%), 멕시코(12.5%) 등 같은 기간 집계된 다른 11개 회원국 통계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성별 간 임금격차는 가장 컸다.
성별 임금격차는 지난해 연봉을 기준으로 가운데 위치한 남성과 여성의 연봉을 비교한 연봉의 중간값을 비교한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발표된 31.12%를 예로 들면, 여성이 남성의 68.88% 수준의 임금만 받는다는 것을 말한다.
신문은 남성과 여성 간 차이가 존재하는 한국의 노동 환경 실태를 집중 보도하면서 금융 대기업에 근무중인 25세 여성 A씨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팀에서 유일한 여성 직원인 그는 남성 동료들이 팀에 하나뿐인 여성 직원의 자리를 차지한 만큼, 자존감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회사 측은 남녀 직원들에게 색깔이 다른 수첩까지 나눠준다며 성차별이 존재하는 기업 문화를 꼬집었다.
신문은 그러면서 현재 한국 기업들의 입장에선 여성 직원들이 결혼과 출산 등의 이유로 경력 단절이 생기기 때문에,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한국 기업들의 여성 임원 수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짚었다. 실제 기업 데이터 제공업체 'CEO 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 500대 기업 CEO 중 여성은 단 11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3명은 오너 일가 출신이었다.
최근 한국 상장기업의 포용적 고용관행에 대해 연구한 영국 셰필드대의 피터 마탄레 선임강사는 "한국과 일본의 기업에서 여성 직원들은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여성들의 교육 성취도가 가장 높지만 핵심 업무 담당자나 관리직을 뽑을 때 여성을 배제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이 승진 후 조금만 일을 잘 못해도 애초에 그들이 승진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출산 직후 직장에 복귀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은 사례들도 있다고 했다.
신문은 국제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할 때 다양성을 중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 여성 임원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 기업의 실태를 재차 강조하고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아시아 스튜어드십 책임자인 크리스 빌번은 "기업의 임원과 직원들의 성비는 전 세계 많은 자산가들과 기관 투자자들이 반드시 체크하는 핵심 요소"라며 "영국의 경우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FTSE 350개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이 2010년 12.5%에서 지난해 40%로 늘어나는 변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일본의 변화를 소개했다. 최근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0년 전 1.6%에서 9.1%로 증가했다. 음료·식품 회사인 산토리의 경우 오노 마키노를 첫 여성 CEO를 선임한 데 이어 이사회 9명 중 4명을 여성, 2명을 외국인으로 구성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