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실적 반토막은 기본···메리츠 영업이익 1조 신화 '두각'
증권가 실적 반토막은 기본···메리츠 영업이익 1조 신화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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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컨센서스 대비 10%↓···대형사들도 반토막 급감 예상
부동산 PF 여파에 중소형사 '쇼크'···메리츠, 자사 첫 '1조 클럽'
업황 회복 엇갈린 전망···對고객 비즈니스 강화로 '실적 방어'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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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증권가에서 영업이익 1조원 내는게 쉽지않다. 미래에셋증권이 앞서 이 영역에서 신화를 썼지만 증권가에 몰아치는 어닝쇼크로 지난해 1조 달성은 실패했다. 오히려 다크호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1조원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스크 관리 덕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업황 부진에도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 쾌거를 이뤘다. 이날 메리츠증권이 발표한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건 처음이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 1조1332억원, 8281억원으로 8.2%, 5.8% 불어나, 영업이익과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지난 2017년부터 6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다.

4분기만 놓고보면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각 2691억원, 2462억원, 당기순이익은 1698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의 이같은 실적 호조는 리스크 관리 강화 속에 기업금융(IB), 세일즈앤트레이딩(S&T), 금융수지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에서도 IB 부문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한 덕이 컸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산비율(NCR) 1684%로 1년 전보다 258%포인트 증가했다.

아쉽게도 다른 증권사들 실적은 어닝쇼크 수준이다. 대표 수입원이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투자은행(IB) 등 다방면에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예상보다 더 저조한 실적을 받아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4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1조4855억원)과 비교해 43.1% 감소한 수준이다. 9000억원대 중반으로 예상한 증권가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보다도 10%가량 낮다. 이로써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 진입에 실패했다. 금리 인상과 시장 변동성 증가 여파가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5786억원을 거뒀다. 재작년 1조308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1년 만에 반토막났다. 거래대금 급감과 금리상승에 따른 수수료·운용 수익 감소가 실적을 대거 끌어내렸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전년 대비 반토막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까지 겹친 중소형 증권사들은 더욱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438억원을 거뒀는데, 전년보다 79% 급감한 수준이다. 당기순손실은 476억원으로 아예 적자전환했다. 이달 중국 에너지기업인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민사 항소심에서 일부 패소한 영향으로 원고에게 배상액을 선지급한 영향이다. 

SK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억원, 당기순이익은 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97.1%, 96.7% 급감한 규모다. SK증권은 "금리 인상, 증시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국내 자산시장 침체 영향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3.28% 뒷걸음한 985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비교적 선방했지만, 금리 상승 등 시장 변동성 확대로 4분기 적자를 낸 점이 뼈아팠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엔 비우호적 매크로 환경이 지속됐다"면서 "금리 및 크레딧 스프레드 상승, 금융시장 불안 지속 등 비우호적인 시장이 이어진 가운데,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트레이딩, IB 등 사업 부문 전반에서 부진한 업황을 반영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여전한 매크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증권업종 펀더멘털의 빠른 회복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올해 트레이딩 수익 외 유의미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고, 투자자산 밸류에이션 하락에 따른 충당금 적립 우려가 지속되는 한편, 최근 금융업종 전반에 요구되고 있는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업종 특성상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업황 회복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면서 시장에서 우려하는 만큼의 수익성 훼손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권업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겠지만, 증권사들이 그 동안 수익구조 다변화 및 자기자본 확대 등으로 인해 기초 체력을 올린 만큼 대응력도 과거대비 좋아져, 실적은 과거 경제 위기 보다 나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플레이션 정점에 대한 우려 감소로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에 따른 기대감으로 시장금리도 안정화됐다"며 "이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은 위기 극복과 실적 방어책에 골몰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자산관리(WM) 부문에 주력해 대(對)고객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고, IB부문과의 시너지도 강화하고자 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장 환경 속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사업 다각화를 유지하는 등 저마다 성장 동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회사 자체에서 공들인 사업부는 한껏 분주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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