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올 한해 무사할까
[홍승희 칼럼] 올 한해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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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그 영향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예상보다는 낙관적 전망, 즉 희망사항에 기초한 결정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물론 한은 측에서도 이번 동결이 금리인상 기조의 중단은 아니라고 밝히며 후폭풍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 결정이 나기 전부터 이미 동결 소식이 폭넓게 퍼져나감으로써 이번 동결은 금융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었음을 드러내 우려를 자아냈다. 금융정책을 포함한 최근 정부 정책들이 연관 부문 등에 미칠 파급효과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채 매우 거칠게 터져 나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그 이유가 정치적 목표를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임을 반증하는 사례의 하나인 듯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앞으로도 3번 정도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4.75%로 한국의 3.5%보다 1.25%나 높은 미국 기준금리가 아직 충분치 못하다는 견해는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지배적이고 소위 매파라 불리는 금융전문가들은 5.5% 혹은 6%까지 인상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런 미국의 금리인상에 보조를 맞춰 따라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독 한국만 그런 대열에서 이탈했다.

이번 한국의 금리 동결은 사상 최대 규모로 부풀어 오르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행진에 당황한 정부 당국의 압력에 금융당국이 굴복한 결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들은 기자들과의 접촉 기회만 있으면 이번 금리동결을 사전에 귓속말하듯 전달함으로써 이번 결정이 한국은행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 아님을 암시했다.

지금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지난 한해 470억 달러였던 무역수지 적자가 올해 들어서는 1월 한 달 만에 127억 달러의 적자를 보이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이런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상수지는 흑자이므로 한국경제가 위태롭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 경상수지 조차 지난해에 흑자규모가 3분의 1 토막이 나버렸다고 한다. 게다가 민간부문의 해외투자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원소득수지를 제외할 경우 경상수지도 적자라는 지적도 있다.

즉, 외환보유고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지런히 축적해왔던 외환보유고였지만 GDP 대비 30%에도 못 미쳐 국제금융시장의 동요가 커지거나 환투기 세력의 타깃이 될 경우 삽시간에 또 한 번의 위기를 맞닥뜨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외환시장 개방 확대 논의가 정부 측으로부터 시작되는 모양이다. 무역수지는 적자고 외환정책은 지금 환투기 세력들에게 맛있는 먹이를 던지려 하고 있어서 1997년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현 정부 들어 계속 만지작거리는 해외송금액 규모 확대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한국에 어떤 이익이 있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분명하다. 한국 시장이 조금만 불안정해지면 삽시간에 빠져나가려는 외환의 특성에 더해 환투기 세력들의 치고빠지기를 도와줄 송금액 확대가 이 시점에 필요한 이유를 국외로부터의 요구 외에 다른 무엇이 있는지 이해하는 전문가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 데 정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이슈를 놓지 못한다.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흔히 다른 강대국들의 사례를 들며 한국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근거는 거의 외생변수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의 브리핑에서도 올해 하반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중국의 리오프닝 등을 희망적 근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보는 한국경제 변수로서 중국의 리오프닝은 결코 호재가 아니다. 현재 중국이 보는 한국은 불행하게도 양아치 싸움에서 미국이라는 보스에게 잘 보이고자 먼저 앞으로 튀어나와 주먹질하는 똘마니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정치적 입지만 문제도 아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은 미국의 견제에 묶여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다. 그리고 한국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이유가 대중 무역적자이고 그 다음이 대러시아 적자다.

갈등하는 세계 속에서 칼날 위를 걷는 균형 외교로 확보했던 시장을 다 잃어가고 있는 현재 한국의 행로는 체급 없이 싸우는 국제경쟁의 장에서 제 체급을 잊은 채 방어를 도외시하고 강펀치에만 올인하는 라이트급 선수를 보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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