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호 우리금융 '첫 은행장'은···상업·내부 출신으로 가닥?
임종룡호 우리금융 '첫 은행장'은···상업·내부 출신으로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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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덕 '임기 중 사의'···'파격' 보다 '안정 속 쇄신' 무게
박화재·김종득·김정기·박경훈·전상욱·조병규 등 하마평
(사진=우리금융)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원덕(61) 우리은행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으로 업계 안팎에서 차기 행장 자리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임종룡(63)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의 취임을 앞두고 그룹의 2인자 격인 행장 자리가 공석이 된 만큼, 업계의 관심은 임 내정자와 손발을 맞출 적임자가 누구인가로 모아진다.

차기 우리은행장 자리는 임종룡 체제 구축을 위한 마지막이자 핵심 퍼즐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앞서 임기 만료된 9개 계열사 대표가 모두 교체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임 내정자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이 전 행장이 잔여 임기를 남겨두고 물러났다는 점에서, 차기 행장 선임도 파격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임 내정자가 모피아 출신의 외부인사여서 은행장 발탁은 파격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안정 속의 개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다수의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유력 후보군은 내부 인사로 좁혀지고 있다. 내부 인사로 눈을 돌리면 그간 관행 등을 감안할 때 먼저 상업은행 출신에게 눈길이 모아진다. 

◇회장 취임 직후 '경영승계 프로그램' 가동···4월 초 '숏리스트' 나올 듯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임 내정자가 취임한 직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주요 보직자 3~4명을 후보군으로 정하고, 일정 기간 성과를 분석한 후 최적의 후임자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주총 이후 자추위는 임 차기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기존 7인에서 6인 체제로 변경된 우리금융 사외이사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새로운 행장이 뽑힐 때까지 이원덕 행장이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는 점에서 경영 공백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우리금융 측은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늦어도 4월 초까지는 2차 후보군(숏리스트)이 추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우리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 경쟁 구도가 내부 출신 대 외부 출신으로 형성됐다면, 이번엔 내부 출신 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이 행장의 사임이 갑작스럽기 때문에 당장 외부인사 후보군을 꾸리는 것 자체가 여의찮을 뿐더러 우리금융 회장에 이어 행장까지 외부 출신이 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이 커질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1월 우리금융 차기 회장 롱리스트에 임 내정자가 포함되자 우리금융 노조 등은 "내부 출신 인사를 차기 회장에 내정해 관치 논란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임 내정자는 임기를 준비하면서 첫 행보로 노동조합을 찾은 바 있다. 관치 논란과 노조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 내정자도 내부 출신으로 행장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도 외부 인사가 오면 노조와의 갈등이 나올 수 있다"면서 "임 내정자가 몇몇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내부 출신 행장을 선임하겠다는 뜻을 전한 만큼, 결국 내부 인사로 뽑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화재 전 우리금융 사업총괄사장(윗줄 왼쪽부터), 김종득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전상욱 전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 조병규 전 우리은행 기업그룹장. (사진=우리금융)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총괄사장(윗줄 왼쪽부터), 김종득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 김정기 전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전상욱 전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 조병규 전 우리은행 기업그룹장. (사진=우리금융)

◇'상업 vs 한일' 출신 영향 미치나···가장 중요한 기준은 능력?

후보군이 내부 출신을 중심으로 구성될 경우 이번 레이스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합병 전 출신은행이 될 전망이다. 한일은행-상업은행 간 계파 갈등이 부정적인 기업문화라는 인식이 굳어진 탓에 출신은행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어렵겠지만, 향후 진행될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어느은행 출신이냐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은행 안팎의 중론이다.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 통합으로 출범한 옛 한빛은행을 모태로 한다. 대등한 합병이다 보니 조직 내 한일, 상업은행 출신 사이에 경쟁과 기싸움이 존재해왔다. 행장 자리도 합병된 이후 각 은행 출신이 번갈아가며 맡아오고 있다.

이에대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아직은 '부정하기 어려운 관행'이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임 내정자가 인물난이나 개혁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관행을 깨면서까지 말썽거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그간의 암묵적인 룰이 이번에도 적용된다면 상업은행 출신 인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임종룡호 출범을 앞두고 지난주 단행된 우리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진 인사가 '탕평'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기 만료된 계열사 최고경영자 9명 중 한일은행 출신 4명, 상업은행 출신 3명으로 재구성됐다. 디지털·IT부문장(옥일진 전무), 브랜드부문장(공석) 등 두 자리는 외부 인사다. 기존엔 우리금융 최고경영자 12명 가운데 한일은행 출신이 5명으로 상업은행 출신(2명)보다 3명 많았다. 5명은 외부 출신이었다.

이런 가운데 상업은행과 내부 출신이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는 박화재(61)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과 김종득(59) 전 우리종합금융 대표다.

1961년생으로 광주상고를 졸업하 박 사장은 우리은행에서 업무지원그룹 상무, 여신지원그룹 상무,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최근 임 내정자가 영업 중심으로 방향을 바꾸는 우리은행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박 사장의 강점이 돋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1963년생으로 단국대 지역개발학과를 졸업한 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우리은행 비서실 실장, 본점영업본부장, 검사실 본부장, 자금시장그룹 상무,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보를 역임하며 그룹 내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마평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김정기(60) 전 우리카드 사장도 상업은행 출신이다. 1962년생인 김 전 사장은 충북대 농업경제학을 졸업했다. 상업은행으로 입행해 우리은행 업무지원그룹 상무,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영업지원 부문장 겸 HR그룹 부문장, 우리금융 사업관리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이밖에 박경훈(60)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와 이번 인사에서 자회사 CEO로 발탁된 전상욱(56) 전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 조병규(58) 전 우리은행 기업그룹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계열사 CEO로 내정됐음에도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내부 인물이라는 점에서 행장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평이다. 전상욱 전 사장은 한국은행에서 영입된 외부 출신이며, 박 전 대표는 한일은행, 조 전 기업그룹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다.

우리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능력이 아닌 출신이 행장 인사의 중요 요소는 아니다"라면서도 "전례를 봤을 때 출신은행이 평가에서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장-행장 겸직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최근 우리은행 조직을 영업 중심으로 개편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내부에서 관련 성과를 인정받은 인물이 유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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