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반도체 설비투자의 딜레마···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
천문학적 반도체 설비투자의 딜레마···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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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10년간 100조 넘는 투자 계획
투자 늘릴수록, 빅 사이클 때 수익성 감소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그동안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이를 수익으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세요?"

지난 15일 삼성전자의 정기주주총회날 한 주주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날 삼성과 LG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십조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는 고용 창출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발현되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둔화된 제조업의 수익률로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6일 정부와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트를 조성키로 하고,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그 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의 주요 계열사도 10년간 60조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같은 날 LG도 배터리, 전기차 부품과 소재사업 등 미래 자동차 분야,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54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대표 기업의 오랜만에 통큰 투자로 인해 일자리 창출 등의 우리 경제에 끼칠 긍정적인 효과로 기대감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조업에 깊어져 가는 고민을 더했다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으로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례적으로 대만의 TSMC 주식 물량을 단기로 처분했다. 무려 기존의 86%를 줄였다.  

워런 버핏이 직접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칩이 나올 때마다 이전에 번 돈을 모두 쏟아 붓는다"며 "게임에 머물고 싶다면 모든 것을 강제로 투자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사업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는 제품을 팔아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을 재투자해야 하는 반도체 기업은 투자 대상으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만 봐도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53조1153억원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3조3766억원으로, 영업으로 벌어들인 모든 금액을 투자에 단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불황을 맞는 사이클(주기)이 5년에서 3년, 1년으로 대폭 줄어든 가운데 설비투자액이 커지면서 찾아온 호황기에도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다. 실적 측면에서도 설비투자액이 크면, 공정 기술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호황기가 빠르게 찾아오지만 동시에 수익성도 둔화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2017~2018년 일명 빅사이클이 도래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17년 영업이익률이 45.45%, 2018년에는 51.53%였다. 약 2년간 호황의 시기를 지냈다. 

다시 찾아온 사이클인 지난 2021년 3분기부터 2022년 2분기까지는 분기별 영업이익률이 24~35%였다. 2017년과 2018년에 비해 수익성이 약 20%포인트(p)가량을 하락한 것이다. 호황기도 대략 1년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 지난 3분기부터 역성장하며, 4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설비투자액을 크게 줄일 수 없는 이유는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해 고성능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설비투자는 반도체 산업의 숙명"이라며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고, 이것이 뒤따라오지 않으면 결국 도태하고 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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