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를 기록하며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둔화했다.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 상승폭이 두자릿수를 기록했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오름세도 지속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이는 전월 상승률(4.8%)보다 0.6%p(포인트) 낮은 것으로 지난해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이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뒤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10월(5.7%)과 올해 1월(5.2%)에는 공공요금 인상에 상승 폭이 전월보다 확대됐으나 최근 두 달 새 1%p 낮아진 것이다.
상승률이 둔화한 데에는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내리며 2월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휘발유(-17.5%)와 경유(-15.0%), 자동차용LPG(-8.8%)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공식품은 9.1% 올라 상승률이 높았지만 전월(10.4%)보다는 오름세가 둔화했다. 이러한 영향에 공업제품은 2월 5.1%에서 3월 2.9%로 상승률이 낮아졌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농산물이 4.7% 올랐고, 특히 채소류 가격이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8% 올랐다. 양파(60.1%), 풋고추(46.2%), 파(29.0%), 오이(31.5%) 등의 상승폭이 컸다. 축산물은 1.5% 내려 전월(-2.0%)에 이어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국산쇠고기(-6.1%), 수입쇠고기(-7.0%) 등의 가격이 내렸다. 고등어(14.0%) 등이 상승하면서 수산물은 7.3%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라 전월(28.4%)에 이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갔다.
개인서비스는 5.8% 올라 전월(5.7%)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외식이 7.4%로 전월(7.5%)보다 둔화했지만 외식외 개인서비스가 4.6%로 전월(4.4%)보다 상승폭을 키운 영향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4.8%)과 상승률이 같았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만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0%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4% 올라 전월(5.5%)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보이며, 지난해 상반기에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공공요금 인상 요인과 석유류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서비스 부문의 오름세가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해서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