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언제부터 패권국가가 됐나. 2차 대전 중 전화에 휩싸인 유럽에 군수물자를 공급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대공황의 위기로부터 탈출하고 유럽에게는 구원자처럼 등장해 전후 세계의 선두국가로 우뚝 섰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소비에트연방 역시 출범 이후 새로운 거대국가로 거듭났기에 미국은 이를 대적하며 2차 대전 이후 유휴 산업으로 화할 수 있었던 군수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동력을 마련했다. 소위 냉전시대를 이끄는 쌍두마차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중국을 끌어안기 전까지 미국은 전세계를 소련과 양분한 진영의 한축을 이끌었다.
중국과 수교하면서 소련을 손쉽게 압박해 나감으로써 결국 소련을 붕괴시키고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서 그 입지를 공고히 했다. 탈냉전시대는 미국의 독주를 허락하는 듯했지만 끊임없이 세계경찰을 자처하며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전쟁을 만들어가며 군수산업으로 세계를 지배했고 값싼 노동력을 찾는 자본의 이동으로 미국의 경제영토를 글로벌화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군사력을 웃도는 금융파워를 앞세워 2위 국가들을 견제해왔다. 어느 국가도 미국과 나란히 서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오면 일단 밟았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그 상대국들은 미국과 타협해왔다. 그랬던 미국이 지금 너무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스스로 버거워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1/4 가까이를 품고 있는 중국은 미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걸음으로 미국의 뒤를 쫓고 있고 미국은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중국은 영토면 영토, 인구면 인구, 장기적 국가플랜까지 여러 면에서 이제까지의 상대국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후 복구사업에 쏟은 정성은 꽤 컸고 이는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공고히 하고 나아가 확장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비록 비 유럽국가에서는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일방적 태도로 일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전까지 유럽에서는 하급문화로 취급받던 미국 문화마저 세계의 중심문화로 선망 받는 데에 이르렀다.
결국 먼저 가난한 나라에 손 내밀며 한편으로 끌어들이던 미국의 노력이 미국을 세계의 리더국가로 세우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물론 적대국에 대해서는 지금도 쓰고 있는 방식대로 군사적 압박이 됐든 금융제재가 됐든 가차없이 대응해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 지위까지 올랐다.
소위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며 세계를 길들여가던 미국이 지금은 우방국 손에 든 당근마저 빼앗겠다고 혈안이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조바심치는 미국의 모습에 많은 나라들이 슬그머니 한발 뒤로 빼는 자세로 바뀌어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향해서 아직은 다소 낮은 자세를 기본으로 유지하며 표면적으로는 칼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소련 붕괴로 흩어졌던 진영을 야금야금 수습해가고 있다.
중국과의 갈등을 키워가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까지 강하게 압박하면서 미국은 스스로 유일 패권국의 지위에서 내려서는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다. 전선은 만들면서도 그 전선에 자국군 투입은 자제하고 우방국의 참전은 독려하는 비겁한 보스로 변해가는 미국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는 우방이 늘어가고 적대하던 국가들은 하나의 진영으로 모여들고 있다.
냉전시대에도 중립을 표방하며 사실상 제3의 진영을 꾸리고 있던 인도와 같은 국가들은 특히 최근 미국의 행보에 재빨리 기존의 포지션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에 안보를 의탁하며 중동 최고의 미국 우방이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중국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수용하며 달러 패권으로 세계를 흔들어온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이런 움직임이 꼭 미국에 등을 돌리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과거와 달리 주는 것보다 너무 많은 것을 챙길 욕심만 내는 최근의 미국은 더 이상 등을 맡길 우방으로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 미국에 일방적 짝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현재 한국 정부의 순애보에 녹아나는 것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고 또 경제적 타격을 온전히 뒤집어쓰게 된 한국의 국민들이다. 이제껏 미국에 열심히 구애활동을 하던 일본은 그래도 챙길 것은 확실히 챙기고 있는데 과연 한국은 위험한 적을 키우기만 할 뿐 어떤 몫을 챙기고 있는지 그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