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에 갑질한 브로드컴 자진시정안 기각
공정위, 삼성에 갑질한 브로드컴 자진시정안 기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전자에 부품 장기계약 강요한 브로드컴, 200억 기금조성 동의의결안 기각돼
삼성전자, "실질적 피해보상 없다"며 거부, 공정위 역대 동의의결 중 첫 기각
공정위, 연내 전원회의 통해 브로드컴 법 위반 판결과 제재 수준 결정할 예정
브로드컴 모습. (사진=브로드컴)
브로드컴 모습. (사진=브로드컴)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삼성전자에 갑질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자진 시정안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최종 기각됐다. 공정위는 최대한 신속하게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를 전원회의를 통해 판정하고, 제재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브로드컴 본사), 브로드컴 코퍼레이션, 아바고 테크놀로지스 인터내셔널 세일즈 프라이빗 리미티드, 아바고테크놀로지스코리아 등 4개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 공정위가 동의 의결안 개시 이후 기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의 의결안은 쉽게 말해 자진 시정 조치다. 법 위반 조사 대상이 된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또는 거래상대방 피해 구제를 하면, 공정위가 자진 시정안이 타당한지 판단해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에 필수로 들어가는 와이파이, 위성항법시스템(GNSS) 등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스마트기기 부품을 공급하면서, 삼성전자가 타사 부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장기계약을 강요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2월까지 3년간 브로드컴의 부품을 매년 7억6000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 금액이 이에 미달하는 경우 그 차액만큼을 브로드컴에게 배상해야 했다. 

이같은 위법사항이 포착돼 공정위 조사가 시작됐고, 브로드컴은 2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등의 동의 의결을 신청하면서 공정위는 앞서 이같은 안을 수용하려 했다. 

그러나 피해자인 삼성전자 측이 이 안을 수긍하지 못했다. 

브로드컴이 제시한 시정안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22년 3월 이전 스마트 기기 제품 기술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은 해당 제품은 곧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라 실질적 피해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부품 공급을 확대한다는 것 또한 무상이 아니라 유상이라 효과가 없다고 삼성전자 측은 판단했다.

삼성전자 측 대리인은 브로드컴이 강요한 장기계약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2억8754만달러(약 3653억원)의 추가 비용과 3876만달러(약 492억원) 상당의 재고를 떠안았고, 동의의결안에 삼성전자 금전 피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반도체 기업인 퀄컴 측도 참고인 자격으로 브로드컴이 삼성전자를 위협해 퀄컴 부품 사용을 막고 경쟁을 제한했다며 동의의결안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난 7일 전원회의에서 주장했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 보상 범위를 확대하려 했으나, 결국 브로드컴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최종적으로 동의의결 인용 요건인 거래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의견을 번복한 것에 대해 정진욱 공정위 상임위원은 "지난 1월에 나온 의견은 심사관 의견이며, 해당 의견이 무조건적으로 공정위 의견으로 귀속되지 않는다"며 "동의의결 개시 과정에서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가 없으며, 여전히 브로드컴은 계약으로 인한 삼성전자 피해는 없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연내 다시 전원회의를 개최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본안 심의할 예정이다.

다만 공정위가 이 사안에 대해 브로드컴을 거래 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하더라도, 브로드컴이 제시한 상생기금 200억원보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되다 보니,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피해보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공정위가 위법이라고 판단하면, 향후 민사소송 등을 통해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공정위의 이같은 판단이 미국과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정 위원은 "신고자가 미국의 퀄컴이었던 만큼, 통상 마찰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브로드컴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브로드컴과 공정위 조사팀 양측이 상당 기간 논의 과정을 거친 후 합의한 동의명령을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제 자사의 혐의에 대해 적극 변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