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공시지원금 15%→30% 상향···유통업계 "대형사에만 이득, 탁상공론"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산업의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해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 강화, 단말기 추가 지원금(보조금) 한도 상향 등의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경쟁 촉진안이 실효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와 시장 현장의 지적이다.
과기정통부는 6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을 현행 합산 50% 미만에서 차량용 IoT(사물인터넷)를 제외한 50% 미만으로 더 강화키로 했다.
기존 알뜰폰 시장 점유율 통계에서는 IoT 회선 가입자가 전 사업자에 모두 포함돼 계산됐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IoT 가입자 수가 많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 시장 점유율은 IoT 가입자 수가 적은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보다 높아보이는 착시 효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시장 점유율 통계에서 IoT 가입자 수를 전 사업자에서 모두 제외하고 계산하면, 상대적으로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IoT 가입자를 포함한 현 통계 방식대로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을 계산하면 30% 수준이지만, IoT 가입자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이들의 점유율은 40% 이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자회사의 영향력이 과도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개선안에 대해 이용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들은 큰 실효성이 없고,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통신 3사 자회사를 알뜰폰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관계자는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이 '0원 요금제' 등 극단적인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것은 이통 3사가 자사 망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알뜰폰 사업자에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망 도매대가를 낮춰 제공하기 때문이지 알뜰폰 회사들이 특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자통신 사업은 공공 서비스적 성격이 강한 만큼, 알뜰폰 시장 활성을 통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3사 자회사를 완전히 퇴출하고, 원가 수준의 도매대가 제공을 의무화하는 등 정부의 보다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 3사 측은 차량용 IoT 회선 적용 여부에 따라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부의 이번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3사 합산 점유율을 직접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굉장히 극단적인 규제이다 보니 50%라는 수치는 그대로 둔 채 차량용 IoT 회선 가입자를 제외한 것으로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며 "IoT 회선 가입자를 제외한 3사 점유율은 10%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이번 안이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 점유율 제한 외에도 이용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 완화와 통신사 유통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단말기 추가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 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개정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간 통신사들은 통신 서비스 가입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휴대폰 구매 지원금을 지급해왔으나,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안에서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단말기 추가지원금 한도 확대도 굳어진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의 경우, 관리하는 가입자가 많기 때문에 지원금 한도의 30% 수준까지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라며 "현행법 상 한도인 공시지원금의 15% 수준을 지원하는 대리점도 100곳 중 1~2곳 정도에 불과하다. 공시지원금 한도 확대로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은, 시장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번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에 △신규 제4 통신사업자에 28㎓ 대역 전용 주파수 할당 및 진입장벽 완화 △고가 요금제에도 LTE·5G 요금제 선택 가입이 가능하도록 요금제 선택권 확대 △소비자 이용패턴에 기반한 최적요금제 고지 등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