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해석 이견 줄어들 것"···업계 "기준 모호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침을 마련한 금융 당국이 업계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가상자산 사업자와 상장사,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시작으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 이를 바탕으로 감독지침 최종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업계와의 첫 소통 자리에선 당국의 회계지침에 더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서울 강남구 드림플러스에서 '찾아가는 가상자산 회계감독 지침(안)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자리는 회계기준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공동주최하는 것으로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닥사·DAXA)가 후원했다.
앞서 당국은 지난 11일 '가상자산 회계·공시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가상자산 관련 명확한 회계 처리 지침이 없었으나,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기업 회계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시장의 회계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방안은 크게 △가상자산 관련 거래별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지침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주석 공시를 의무화하는 회계기준서 개정 등으로 나뉜다. 특히 발행자의 경우 판매 목적 토큰이라면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한 의무를 모두 완료한 이후 매각 대가를 수익으로 인식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설명회에서도 이 점이 강조됐다. 수행의무 예시로는 가상자산의 이전, 플랫폼의 구현, 재화나 용역의 제공 보유자에게 이전 등이 언급됐다.
발표자로 나선 윤지혜 금감원 회계관리국 국제회계기준팀장은 "토큰 판매 시 대가를 미리 수령했더라도 발행자에게 부여된 것으로 식별된 관련 의무를 반드시 모두 이행한 후 수익을 인식해야 한다"며 "식별된 수행의무의 성격과 범위를 고려해 수익인식 시기를 판단하며, 의무를 완료하기 전 회사가 수령한 대가는 계약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증거 없이 발행자에게 부여된 의무의 범위를 사후적으로 임의 변경해 부채로 인식한 이전대가를 수익으로 인식하기 매우 어렵다. 일관성 있게 적용하라는 것"이라며 "발행 후 내부유보 토큰은 직접 관련원가가 발생한 극히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사업자(거래소)의 경우 사업자가 보관하는 고객위탁 토큰의 경우, 고객 또는 사업자 중 해당 토큰에 대한 '경제적 통제'를 누가 하는지 판단해 사업자의 자산·부채 인식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경제적 통제란 경제적자원의 사용을 지시하고, 그로부터 유입될 경제적 효익을 얻을 수 있는 현재의 능력을 뜻한다.
윤 팀장은 "경제적 통제는 사업자와 고객 간 사적 계약, 가상자산법·특금법 등 사업자를 감독하는 법률 및 규정, 사업자의 고객위탁 토큰에 대한 관리·보관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되, 하나의 지표가 경제적 통제 여부 판단에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 위탁토큰은 사업자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데 중요하지만, 사업자는 자산·부채로 인식하지 않아 재무제표 주요 이용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고객위탁 토큰에 대한 추가 정보를 주석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고객위탁 토큰의 총수량 및 시세정보, 계약관계 및 위험관리 사항, 고객위탁 토큰 등과 사업자 소유 토큰 등을 분리하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보다 구체적인 회계지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사업자가 경제적 통제 여부를 판단하는데 애매한 부분이 있어,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정가치에 대한 질문과 사업자들이 이번 가이드라인을 꼭 따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윤 팀장은 "감독지침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가급적 이 부분을 따라줬으면 하는 목적으로 제공을 한 것"이라며 "기존에 처리하던 방식이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대로 하면 되나, 공시 강화 측면에서 이번 모범사례 등을 참고해서 잘해주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당국은 이번 지침으로 회사와 외부감사인 간 회계기준 해석과 관련한 이견이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9~10월 이뤄질 가상자산 전문가 간담회에선 금감원과 회계기준원 및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유관기관, 학계 전문가 등 총 14명이 건의사항 및 쟁점사항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회계감독지침과 기준서 개정안은 회계제도심의위원회 및 증선위 심의·의결등을 거쳐 오는 10~11월 확정된다. 주석공시 의무화는 오는 2024년 1월 1일 이후 최초로 개시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주석공시 모범사례는 K-IFRS 기준서(제1001호) 확정 즉시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