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견물생심의 은행, 언제까지?
[데스크 칼럼] 견물생심의 은행,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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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지난 21일 모든 계열사의 전(全)직원을 대상으로 내부통제 업무 경력을 최소 한 번씩 경험하도록 한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또 지점장 승진 평가 때 내부통제 업무 경력을 반영키로 했다.

아울러 내부자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접수 방식을 내부채널 외에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외부채널까지 마련하는 한편, 내부자신고에 따른 포상금을 최대 10억원으로 높였다.

지난해 700억원대 횡령사건을 겪은데 이어 최근 또다시 횡령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우리금융 입장에선 극약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전재화 우리금융 준법감시인 상무는 "영업현장에서 내부통제 개선 수준이 과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지만 내부통제는 회사의 존립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라며 "임종룡 회장이 천명한 바와 같이 99.9%가 아닌 100% 완벽한 내부통제 달성을 위해 절대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은행권에서 '내부통제'라는 단어가 또다시 심심찮게 언급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 하반기 핵심과제의 한 축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 제고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내부통제를 운운하기 전 고객의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에서 고객 돈을 내 돈처럼 손대는 것을 금기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 횡령이란 단어가 은행에 던지는 무게감은 여타 업권에 비해 결코 가벼울 수 없을 뿐더러, 가벼워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횡령사건이 터질 때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죽을 죄인' 시늉을 하면서도 그 때뿐이었다. 

실제로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13억원(65건)이었던 국내 금융사 횡령사고 규모는 2019년 132억원(62건), 2020년 177억원(50건), 2021년 261억원(46건), 2022년 1011억원(61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올해(6월 누계 기준) 역시 크고 작은 횡령 사고(32건‧31억원)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 사고를 미리 막고 견제해야 할 제도적 장치가 느슨한 것도 문제지만, 제도 탓만 할 일도 아니다. 그간 횡령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불미스러운 사고 이후 대책을 내놓았지만, 어김없이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은 내부 직원들의 사명의식과 긴장감 등이 떨어져 있다는 방증이다.

촘촘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 만큼이나 놓쳐선 안 될 것이 내부 구성원들의 경각심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부통제 역시 제도 개선을 위한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등이 뒤따라오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사고가 터진 뒤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함이나 제 식구 감싸기 역시 경계 대상이다. 은행권이 타 업종에 비해 높은 처우를 받는 이유 중 하나도 검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다.

그동안 고객의 기대를 저버린 일이 심심치 않게 되풀이 돼 왔고, 내부통제 강화를 '금과옥조'처럼 꺼내 들어왔다. 하지만 은행 직원들이 본분을 망각한 일탈행위가 근절되지 않다보니, 동료끼리 의심의 눈초리로 서로를 감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뼈저린 반성을 넘어 환골탈태 한다는 '마인드 리셋'이 없다면 내부통제 강화 약속과 다짐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 때도 내부통제 강화라는 해묵은 카드를 꺼내들고 고개를 숙일 것인가.

견물생심(見物生心)에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은행 내부 문화라면, 상생금융을 강화하고 이자장사, 내부 돈잔치 그만하라는 지적에 고개 숙일 수밖에 없다. 한두명의 문제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 강화 외 은행인의 일하는 자세 등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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