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GM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타보니···"소비자 선택 받을까?"
[시승기] GM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타보니···"소비자 선택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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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옵션 기준 트랙스크로스오버보다 751만원 더 비싸
한국GM "개발비·원자재·물류비 올라 가격인상 불가피"
쉐보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사진=GM한국사업장)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지난 25일 GM한국사업장이 수도권 일대에서 개최한 신차 시승 행사에 참석해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를 체험했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외관 디자인을 개선하고, 안전·편의장비를 추가해 완전변경급 수준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 GM한국사업장의 설명이다.

내외관은 새로웠다. 외관은 새로운 그릴과 램프를 장착해 구형보다 세련된 느낌을 줬다. 실내는 트랙스크로스오버에서 처음 선보인 8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11인치 센터 터치스크린을 적용해 현대적 느낌을 물씬 풍겼다.

안전·편의장비는 애매했다. △스마트폰 프로젝션 △스마트폰 무선충전 △차선변경 및 사각지대경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정차 및 재출발 포함) 등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것들로 챙겨 넣었지만, 구형에 있던 △AUX △2열 에어벤트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삭제하고, 트랙스크로스오버에 들어간 한국형 옵션 △오토홀드는 적용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에서 로베르토 렘펠 GM한국사업장 사장은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강화된 상품성을 토대로 판매량을 끌어올릴 비장의 무기"라고 밝혔는데, 안전·편의장비는 이런 그의 말과 부합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오히려 안전·편의장비는 경쟁 모델인 현대차 코나가 더 풍부하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12.3인치 내비게이션 △뒷좌석 송풍구 △동승석 전동 조절 등 한 차급 위에서 볼 법한 장비를 제공한다.

엔진은 이전 모델과 같았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를 내는 3기통 1.35L 가솔린 터보다. 변속기는 기본 무단이고, 사륜구동이 들어간 시승차에는 9단 자동이 맞물렸다. 저중속 가속은 평범했고, 고속에서는 속도계 바늘이 더디게 올랐다. 배기량의 한계가 느껴졌다. 작은 엔진을 쥐어짜다보니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컸다. 

쉐보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사진=GM한국사업장)
쉐보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사진=GM한국사업장)

서스펜션은 앞쪽 맥퍼슨 스트럿, 뒤쪽 토션빔으로 구성했다. 제원표를 보면 사륜구동에는 멀티링크가 들어간다고 쓰여있지만, 눈속임이다. 관절을 늘렸을 뿐 좌우 축이 연결돼 있는 토션빔이 들어갔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크고 작은 충격은 잘 걸러내지만, 굽잇길에서 움직임은 정교하지 못했다. 차체가 진행 방향 반대 쪽으로 쏠리는 롤 현상도 일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눈으로 보이는 부분뿐 아니라 직접 체험해야 알 수 있는 부분까지 감안해 상품성을 개선했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주행감도 구형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시트는 보기보다 낮았고, 디지털 계기반은 각종 주행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실내 마감재는 딱딱한 하드 플라스틱이 주를 이뤘다. 공간은 넓지도, 좁지도 않았다. 넓은 소형 SUV를 사고 싶다면 형제 모델인 트랙스크로스오버가 더 나아 보인다. 체급을 뛰어넘는 큰 크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LT 2699만원, 프리미어 2799만원, 액티브·RS 3099만원부터 시작한다. 신규 트림 LT를 제외한 프리미어, 액티브, RS 트림 값은 구형 대비 각각 210만원, 352만원, 308만원 올랐다. 최상위 트림 풀옵션 가격의 경우 구형 3238만원에서 신형 3646만원으로 408만원 올랐다.

풀옵션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기아 셀토스보다 92만원 비싸고, 현대차 코나보다 38만원 싸다. 형제 모델인 트랙스크로스오버와 견주면 751만원 더 비싸다. 엔진도 그대로고, 심지어 실내 마감재도 700만원 이상 저렴한 트랙스크로스오버와 같은데, 왜 값은 400만원 가까이 올렸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정윤 GM한국사업장 최고마케팅 책임는 "개발비와 원자재, 물류비 상승 등이 반영된 가격"이라면서 "과거 대비 모든 것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랙스크로스오버와 함께 트레일블레이저도 가격 경쟁력을 지닐 것이라는 시장 기대와 달리 제값 받기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가격 경쟁이 무엇보다 치열한 시장에서 신형 트레일블레이저가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쉐보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실내 (사진=GM한국사업장)
쉐보레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실내 (사진=GM한국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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