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디지털 네이티브, 청소년은 디지털 소비에 더 강할까?
[전문가 기고] 디지털 네이티브, 청소년은 디지털 소비에 더 강할까?
  • 박종옥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 책임연구원
  • kcapr@kca.go.kr
  • 승인 2023.08.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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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옥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박종옥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꽤 오래되긴 했지만,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면 내가 직접 무언가를 산 경험이 많지 않다. 학용품을 사거나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거나 1년에 한두 번 정도 소풍날 입을 옷을 사는 것 외에는 특별히 소비라 부를 수 있는 활동이 없었다. 이처럼 과거의 청소년은 스스로 물건을 선택해서 구매하는 직접 소비보다 부모를 통한 간접 소비의 규모가 컸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청소년의 소비생활은 1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고,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일상화된 어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최근까지 이슈가 된 청소년 대상 고금리 소액대출, 일명 ‘대리입금’ 피해 문제는 청소년의 소비가 이전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즉, 청소년 대상 소비자교육은 성인 소비자로서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청소년의 실제 소비생활에 즉각 적용해 효과적으로 소비자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실용성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의 소비자역량 수준을 측정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파악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청소년의 소비자역량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전국 중·고등학생 4976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소비자역량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청소년의 종합 소비자역량은 62.5점(100점 만점)으로, 성인의 소비자역량지수(’22년 조사)와 비교하면 취약소비자로 분류되는 60대 고령 소비자(62.4점)와 유사한 수준이었고, 가장 소비자역량이 높은 30대 성인 소비자(70.3점)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청소년 소비자는 지식·태도·실천으로 구성된 소비자역량 가운데 지식(45.4점) 수준이 눈에 띄게 낮았다(태도 74.8점, 실천 67.3점). 그중에서도 소비자권리에 대한 지식, 구매 시 거래조건 파악, 구매 후 발생한 소비자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법 관련 지식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거래에서는 어떨까? Z세대인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온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며, 학습, 놀이, 취미, 쇼핑 등 대부분의 활동을 온라인으로 하는 것에 익숙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더 편하게 느끼는 세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청소년 소비자의 디지털 거래역량(51.6점)은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거래역량(62.4점)에 비해 10점 이상 낮았다. 특히, 디지털 구매 의사결정과 사용‧분쟁해결 역량은 더욱 낮아 디지털 시장에서의 청소년 소비자피해가 우려되는 결과를 보였다.

실제로 1372 소비자상담 중 10대의 전자상거래 관련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2011년 29.2%, 2015년 32.9%, 2020년 46.5%).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확대된 비대면 디지털 시장과 디지털에 익숙한 청소년의 성향, 낮은 디지털 거래역량을 고려할 때, 청소년 소비자피해는 지속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시장 상황과 청소년의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소비자교육을 통해 효과적으로 청소년 소비자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소비자역량지수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소년 소비자의 취약점은 지식의 부족이며, 소비자교육은 지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청소년 소비자역량지수에서도 소비자교육을 받은 청소년이 교육을 받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일반 및 디지털 거래 전반에서 역량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맞춤형 소비자교육의 중요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청소년 대상 소비자교육을 위해 그동안 학교, 지자체, 소비자단체, 산업계 등 다양한 주체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이 중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것이 바로 학교이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청소년 소비자역량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제 학교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교재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 소비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화’ 기조와 일맥상통하며, 나아가 활용도 높은 실용적 내용의 학교 소비자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현명하고 안전한 소비생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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