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가계부채에도 동결 택한 한은···경기 불확실성 반영 (종합)
'역대 최대' 가계부채에도 동결 택한 한은···경기 불확실성 반영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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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5% 동결···5회 연속 동결 결정
가계대출 1068조···주담대, 두달 간 12조↑
중국發 부동산 리스크 등 경기전망 불투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은 기준금리 5회 연속 동결이었다. 최근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금리인상을 지지했지만, 부실리스크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꼈다는 반응이다.

다만 금통위는 여전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으며, 향후 가계부채의 점진적 안정을 목표로 정부의 '미시적 대응'에 발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5회 연속 동결이다.

이번 동결 결정의 주재료는 둔화된 물가상승률이다. 앞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 근원물가 상승률이 3.3%까지 둔화됐다. 다만 한은 측은 이달을 기점으로 물가가 반등, 연말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금리 동결 후 향후 추이를 지켜본다는 판단이다.

주목할 점은 동결결정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 가계부채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가계대출이 4월 이후 주택자금을 중심으로 증가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 위험이 상존한 가운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내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은 1068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에만 21조9000억원이나 늘었으며, 특히 지난 6월(5조8000억원)과 7월(6조원) 두달 동안 12조원 가량 급증했다.

가계부채 급등세를 주도한 것은 주담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당국에 대출금리 인하를 종용하면서 부동산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실제 7월 말 기준 주담대가 820조8000억원으로 전체 가계 대출의 76.8%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두달간 주담대 증가폭은 6월 6조9000억원, 7월 6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을 상회한 상황이다.

통상 가계부채가 늘면 디레버리징(부채청산)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가중되면서 빚 갚는데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이 늘면서 부실리스크 역시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반 서민들의 씀씀이가 위축,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대외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으로 중국 리스크가 커지면서 정부가 하반기 반등을 기대한 '상저하고'의 경기전망에도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이 같은 리스크에 한은은 현재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창용 총재는 "우리나라의 금리 수준은 지금 긴축구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으며, 향후 가계부채 완화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운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이 총재가 언급한 '미시정책'에도 시선이 쏠린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써는 미시정책을 통해 가계부채를 조정해보고, 반응이 부족하다면 (통화정책 등) 거시적 정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지금 상황은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이 총재는 미시정책의 일환으로 정책 환수를 거론했다. 현재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적용되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지원정책의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런 미시적 대응은 한은보다는 금융위, 금감원 등이 하는 것이다. 다만 거기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고 부연했다.

디레버리징을 위한 추가 인상 여지 역시 열어뒀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전원이 기준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놓는 것에 뜻을 모았다"며 "특히 가계부채가 예상했던 것보다 지난 두 달 동안 많았기 때문에 그 점을 좀 더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직접적 개입은 지양한다는 기조다. 이창용 총재는 "가계부채는 개인들이 갖고 있어 국가가 대규모로 조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 국제비교로 나타난다"며 "가계부채가 총량적으로 너무 빠른 속도로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경제 성장을 통해 GDP 대비 부채비율을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는 정책의지와 성장률 등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제가 너무 침체되면 고치기 굉장히 어렵다. 결국 가계부채는 경제성장을 통해서 점차 낮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금 다른 좋은 사례가 없기 때문에 만들어 볼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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