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래의 직업에 관한 고민
[홍승희 칼럼] 미래의 직업에 관한 고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인공지능 및 로봇의 발전에 따른 불안한 논의가 늘고 있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트렌드로 돈을 벌 기대를 하는 소수가 있지만 다수는 일자리 감소에 대한 걱정을 한다.

이제까지는 기술의 발전, 사회적 진보에 따라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며 균형을 맞추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일자리 숫자라는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내용상으로는 소득 불균형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지만 변화에 따른 사회적 대응은 준비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장차 어떤 직업군의 변화를 불러올지 예측하기 어려워 어설픈 대비는 낭비를 부를 뿐이라 다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관심을 쓸 방법쯤이라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제까지의 관성에 사로잡혀 사고가 유연하지 못한 세대가 지휘봉을 잡고 나설 일도 아니다. 한동안 서점가에서 1990년대 생을 관찰하고 탐색하는 류의 책이 인기를 끈 적이 있을만큼 이미 30대로 들어섰거나 그 언저리에 가까워진 그 세대는 이전 세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변에서 만난 1990년대 생 몇몇을 보며 그 세대 전부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직업관 등에서 기성세대들은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일단 그들 세대에게 평생의 일자리라는 믿음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직은 그 앞 세대보다도 훨씬 수월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당장 쓸 용돈만 있으면 일단 여러 구실을 붙여 퇴직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고는 실업급여 수령기간이 끝날 때가 돼야 재취업을 위해 움직인다.

이런 태도를 그 부모세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은 대단한 고임금 일자리도 아닌 직장생활에 애당초 애착이 없고 또 고만고만한 일자리는 언제든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인데다 이미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는 그 부모세대의 삶을 이어갈 희망이 없기에 굳이 고임금 직장에 대한 야망도 없다.

이보다 더 한 경우는 아예 통계상으로는 취업으로 분류되지만 정식 채용되지 못해 4대 보험 대상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로 하루 서 너 시간 일하고 용돈벌이 하면 만족하고 마는 이들도 의외로 많고 또 늘어나는 추세다. 특별한 삶의 목적도 스스로 밝히지 못하면서 부모 집에 얹혀살며 그저 소소한 개인의 일상을 사는 일에 만족한다.

이런 현상이 그 세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미 일본에서 10년 전 뜸 사회문제로 얘기됐던 현상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지금에 와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세대에게 결혼은 고사하고 이성친구가 있느냐는 질문도 함부로 하기 어렵다. 그런 질문을 하려면 돈을 주고 하라는 답이나 듣는다.

즉, 소득격차가 커지고 주거비용이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포기해버린 세대의 행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세대에게 결혼은 사치이고 그러니 아예 적은 소득으로 그저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자족하겠다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숙련 노동이 요구되는 제조업이 중심이 된 사회는 기업도 노동자도 상호 필요에 의해 안정적인 직장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진 요즘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그런 상호 신뢰는 사라졌다. 몇 달 혹은 일이년 일하다 고용주든 노동자든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일을 그만두고 적당히 쉬다 돈 떨어질 때 쯤 또 다른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식의 취업행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분명히 그런 저소득 노동 일터도 사라져 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가야 할까.

과거 앨빈 토플러가 예상했던 정보화 사회의 미래 예측을 대입해보면 소수의 엘리트들이 부지런히 부를 창출하고 대부분의 노동은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사회로 진전돼 나갈 것이다. 그 때 다수는 기본소득을 보장 받으며 부를 창출하는 일이 아니라 기계에게 맡길 수 없는 창조적인 일,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인류사회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찾아가게 조율돼야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40, 50년 전의 이데올로기 망령에 사로잡힌 이들이 이런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