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이스라엘전쟁 그 이후
[홍승희 칼럼] 이스라엘전쟁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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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을 향한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집단 하마스의 전방위적인 이번 공습은 여러 측면에서 전 세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지난 7일 벌어진 하마스의 공격을 보면 마치 총을 든 정부군을 향해 낫과 쇠스랑을 들고 돌진하는 농민반란군의 모습처럼 터무니없는 도전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 이스라엘을 당황하게 만들만큼 교묘하게 빈틈을 잘 파고들었다.

누군가는 영화의 한 장면 같다며 현실감 없는 장면에 놀라워했고 또는 게임이나 웹소설 등에서 보이는 무슨 무용담처럼도 여겨질 공격방식이었다. 하마스가 동원한 무기들은 아이언돔을 비롯해 최첨단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무기들에 비하면 참으로 변변찮았기에 그런 무기로 덤비는 하마스의 행동이 더 어처구니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는 도대체 왜 그런 공격을 감행했을까 그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들을 해보지만 제3자의 시각에서 내놓는 해석들이 충분할 리는 없다. 다만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우리 속담을 떠올려볼 이유들은 존재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하는 방식은 미국이 과거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행했던 방식을 답습하는 것으로 보인다. 좁은 땅에 몰아넣고 시멘트 장벽을 둘러쳐서 바깥세상과의 통행마저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지구상 가장 큰 감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연히 생존할 기본적 조건도 없는 그 땅의 사람들은 국제사회의 지원에만 의존해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정착촌은 나날이 그들의 그 좁은 삶의 터전마저 압박하며 다가온다. 그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유배당해 위리안치 상태로 살아가는 그들이 분노를 키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공생할 뜻이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생존을 위해 세계 각지로 떠돌며 핍박받았던 2천년의 역사를 걷고 간신히 건국한 나라인데 사방이 적에 둘러싸인 현실에서 과잉방어를 하게 된들 이상할 게 없기는 하다. 그 땅에 2천년간 살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는 게 문제일 뿐.

유대교나 이슬람교 모두가 경전으로 삼는다는 구약성경에 보면 ‘전멸시켜라’라는 신의 잔인한 명령이 자주 등장한다. 그 명령을 따라야만 너희가 산다는 신의 강압적인 권고다.

그런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충돌 역시 이스라엘의 건국과 동시에 예비된 일이었고 이번 하마스의 침공 작전이 수립된 배경에도 그런 갈등을 촉발한 한 사건이 있다고 한다. 유대인이나 중동 무슬림들이나 따지고 보면 한 조상에게서 갈라져 나왔고 그 땅에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태어났으니 당연히 성지 또한 겹친다.

문제는 그 겹치는 성지의 주도권을 누가 갖고 있느냐다. 이슬람이 주도권을 갖고 무슬림 외에는 입장을 막고 있는 성전에 유대인들이 들어가 기도를 올리는 사건이 있어서 무슬림들의 분노를 촉발했지만 제대로 폭발하지 못하고 내재된 채 이번 전쟁을 준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게 하마스 측의 주장인 모양이다.

문제는 이번 전쟁에 서방세계가 너나없이 이스라엘 편을 들고 나서고 미국은 확전을 막자고 항공모함까지 파견하는 등 부산을 떨지만 중동 지역 국가들은 비록 친미국가일지라도 팔레스타인 편을 들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일 터다. 이스라엘이 원점타격을 빌미로 헤즈볼라 등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와 레바논 등 주변국에 포격을 가하며 확전 위험성을 높이고 있고 미국은 이란이 이번 하마스 공격의 뒤에 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으려던 사우디아라비아도 비록 이란과는 심하게 다투는 사이일망정 팔레스타인 문제에는 한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선 하나로도 골치 아픈 미국 입장에서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지만 너무 나가는 것은 막고 싶을 터다. 문제는 네타냐후 연정의 소수파이면서도 총리 자리의 키맨인 극우 정치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멸절시키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여기서도 또 미국과는 대척점에 서서 팔레스타인 편을 들고 동북아에서는 중국과 합동 해상훈련을 벌이며 국제적인 문제의 짐을 좀 벗고 싶은 미국을 휘두르고 있다. 아직은 강대국들이 강도를 조율하는 정도의 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크고 작은 전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다보면 결국 컨트롤이 힘들어지고 모두가 전쟁판에 휩쓸려 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한반도는 전화에 휩싸이지 않도록 한걸음도 조심스러워야만 한다. 지금 우리는 그런 조심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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