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잔고 500조, 글로벌 전기차 TOP5에 배터리 공급
연임·은퇴·이직 등 가능성 열려···"주주 결정에 따를 것"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18년 5월 구본무 당시 LG그룹 회장이 별세하고 경영승계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후계자는 당시 LG전자 BS사업본부 ID사업부장인 구광모 상무가 확실했다. 그러나 LG 가문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 상무가 새로운 후계자로 낙점됐지만, 당시 나이가 40살이었다는 점과 직급이 상무에 불과했다는 점은 우려로 남았다.
재계에서는 여러 소문이 나왔지만, 결국 구광모 상무는 LG의 대표이사 됐고 자산총액 200조원에 육박하는 그룹의 운명을 짊어지게 됐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그를 보좌한 '6인의 부회장단'의 역할이 컸다.
2018년 당시 구본무 회장을 보좌하던 전문경영인 6인은 이후 구광모 회장이 성공적으로 경영을 배울 수 있도록 보좌했다. 6인은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었다. 그룹 내 주력 계열사들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성과를 보인 이들은 이후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며 그의 경영승계를 도왔다.
5년이 흐른 지금 고 구본무 회장의 측근인 6인 부회장단 가운데 5명은 현직에서 물러나고,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만 남았다. 권 부회장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에서 경영·재경 부문을 맡았던 경영 전문가다. 적기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해 시장을 선점하는데 탁월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다.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의 연임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은퇴와 이직 등 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권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 별세 후 지주사인 LG로 자리를 옮겨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맡았다. CEO인 구광모 회장과 각자 대표를 맡으며 지주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권 부회장은 이후 은퇴를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LG COO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LG그룹의 차세대 주력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맡아달라는 요구를 받고 경영 활동을 이어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분 81.84%를 보유한 LG화학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지주사 대표 자리를 맡았던 권 부회장이 손자회사 대표이사를 맡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당시 재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앞둔 중요한 시기였던 만큼 권 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권 부회장의 취임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취임 첫 해인 2022년에는 매출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43.4%, 영업이익은 57.9% 성장했다. 올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다소 주춤하지만, 8조원대 매출과 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하며 경쟁사 대비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10월 기준 수주 잔고가 50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경쟁사인 SK온이나 삼성SDI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도요타를 포함해 폭스바겐, 르노닛산, 현대차, GM 등 자동차 업계 상위 5개사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큰 성과를 낸 권 부회장이 연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다만 1957년생인 권 부회장은 올해 66세로 그룹 내 부회장단 중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와 함께 유일한 50년대생이다.
은퇴나 연임 외에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이 포스코 회장으로 부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 부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열린 '제3회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관측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또 임기 만료와 연임에 대해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고 주주분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는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가운데 신미남 두산 퓨얼셀 BU 사장과 여미숙 한양대 교수, 한승수 고려대 교수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