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오피스텔 덮친 역전세···아파트도 안전지대 아니다
빌라·오피스텔 덮친 역전세···아파트도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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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증가해 빌라·오피스텔보단 안정적인 아파트 전세로 유입
내년 상반기까지 돌려줘야 하는 전세 보증금 302조···이 중 아파트가 75.6%
9월 기준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수도권 12.63%, 지방은 8.21%씩 하락
올해 하반기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며 전월세 재계약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권)을 사용한 비중이 상반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공개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하반기(7∼10월) 들어 체결된 전월세 갱신계약 가운데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는 34.5%로 상반기(1∼6월) 32.8%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사진은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이며 올해 하반기 들어 전월세 재계약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권)을 사용한 비중이 상반기보다 증가했다. 하반기 체결된 전월세 갱신계약 가운데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는 34.5%로 상반기 32.8%보다 1.7%포인트 올랐다. 사진은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전세사기·역전세 여파로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아파트로 전세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울에선 올해 초보다 수억 원씩 오른 전세 거래가 연일 나오며 전세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아파트도 역전세로 부터 무조건 안전하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비아파트에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던 전용 면적 60㎡ 이하 소형 면적 전세 시장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연립·다세대를 넘어섰다. 특히 서울은 전세 수요가 집중된 곳으로 지난해 12월 아파트의 전세 거래 비중이 절반(51.9%)을 넘었고, 2월 57.3%로 정점을 찍고 지난달에는 52.3%를 기록하는 등 연립·다세대보다 우위를 지속했다.

반면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의 경우 지난달 거래량이 3393건으로 202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2021년 7월(7778건)보다 56.4% 줄어든 것이자 전년 동월 대비 40.8% 감소한 수치다.

매물이 줄면서 전셋값은 상승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은 올 초 8억3000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으나 이달 12억4000만원에 거래돼 10개월 새 4억원 올랐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59㎡도 1월 6억에 전세로 거래됐지만 지난달 7억7000만에 계약서를 썼다. 이같은 영향에 주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6주 연속 상승 중이다.

황유상 경제만랩 연구원은 "전세 사기 피해도 증가했고, 고금리에 집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인 아파트 전세로 대거 유입됐다"며 "전세 시장에서 당분간 아파트 선호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전셋값도 같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동산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어 아파트도 역전세로 부터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전세 계약이 통상 2년임을 가정해 올해 내년 상반기까지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 주택 보증금은 302조17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이 중 아파트가 228조3800억원(75.6%)을 차지한다. 한국은행도 비슷한 숫자를 제시하는데, 규모별 중위 전세 보증금과 거래량을 월별로 분석해 올해 만기가 도래할 아파트 전세보증금 규모를 총 288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만기로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아파트 전세 보증금 규모가 200조를 크게 넘어선 가운데, 문제는 계약 당시와 만기의 시세 차액이다. 2년 전인 2021년 말 대비 올해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수도권이 평균 12.63%, 지방은 8.21% 하락했다. 또 올해(1~9월) 전국 아파트 전세 재계약 10만8794건 중 41%(4만4530건)은 보증금을 낮췄다. 지난해 해당 비율이 연간 4%였던 것을 고려하면 10배 수준으로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반대로 증액 계약 갱신은 지난해 86%에서 올해 41%로, 절반 넘게 급감했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중에는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며 집주인들이 추가로 돈을 마련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내주는 사태가 벌어졌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감액 갱신이 는 이유는 올해 재계약 물량 대부분이 가격 고점이었던 2년 전 체결된 계약이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전셋값이 전고점 이하에 머물러 있는 단지들도 상당수인 만큼 연말까지 감액 갱신 비중은 40% 후반대를 유지할 것 같다"고 했다. 

경매로 넘어가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10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629건으로 2년 11개월 만에 최다 규모다. 서울은 238건으로 7년3개월 중 최고치다. 거듭된 유찰로 감정가 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물건도 적지 않다. 서울 노원구 초안1단지 전용 39㎡가 지난 7월 감정가 3억9800만원에 경매에 나왔지만, 2차례 유찰돼 지난달 2억6390만원(낙찰가율 66.3%)에 낙찰됐다. 또 감정가 6억100만원의 노원구 상계한신1차 전용 53㎡도 7월 이후 2차례 유찰돼 3억9575만원(65.9%)에 팔렸다.

황규석 비전법률경매 대표는 "고금리, 경기 침체, 역전세로 인한 전세금 반환청구소송 등으로 경매로 넘어가는 아파트 물건이 내년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가파르게 전셋값이 오른 잠실동 잠실엘스 84㎡의 이달 매매 거래 금액은 18억6000만원으로 전세가에서 매매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66%수준이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59㎡ 9월 중 12억3500만원에 거래돼 매매가의 62% 수준의 전세가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가율 70%부터 깡통전세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건설·부동산시장 연구원은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되는 아파트 전세 계약 중 대다수는 만기 때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돼 역전세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보증부 월세 거래 비중이 전세 거래 비중을 넘었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해도 임대인이 월세를 포기하거나 낮추는 방법으로 계약할 수 있어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반환 부담은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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