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이 없다"···생존 위해 中 밀착하는 전동화 후발주자 '르노·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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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2025년 부산서 中 전기 SUV 폴스타4 생산
KG모빌리티 BYD와 협력해 창원 배터리 팩 공장 조성
중국 항저우 공장에서 생산 중 폴스타4 (사진=폴스타)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인 르노코리아자동차와 KG모빌리티가 전동화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최근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폴스타4를 오는 2025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 이를 국내에 팔고 북미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의 이면에는 중국의 완성차 업체 지리차가 있다. 작년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인수해 르노코리아 2대 주주가 된 중국 지리차는 폴스타 최대주주인 볼보차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르노코리아는 지리차와의 관계를 적극 활용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공장 가동률을 다시 끌어올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부산공장은 연 30만대 안팎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지만, 올 들어 불거진 내수·수출 부진으로 가동률이 50%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폴스타의 폴스타4 부산공장 위탁생산은 르노코리아에게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최고경영자(CEO)는 "폴스타4는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전기 SUV이자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모델"이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지리차, 프랑스의 르노그룹과 함께 중형급 하이브리드 SUV도 개발 중이다. 이 신차는 중국 지리차와 볼보차가 공동 개발한 CMA 플랫폼과 르노그룹의 디자인을 적용한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돼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KG모빌리티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이자 배터리 제조사인 비야디(BYD)와 손을 잡았다. 이달 출시한 중형급 전기 SUV 토레스EVX에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는가 하면, 지난 2일에는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이 중국 선전에 위치한 BYD 본사로 찾아가 왕촨푸 BYD 회장과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팩 한국 공장 협약'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2025년까지 KG모빌리티 창원 엔진 공장 부지에 배터리 팩 공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팩은 토레스EVX와 향후 출시될 전기차·하이브리드차에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개발 경험이 없는 KG모빌리티가 BYD에서 핵심 부품을 사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곽 회장은 지난 9월 서울 중구 소재 KG타워에서 열린 KG모빌리티 미래전략발전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적으로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 적용이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검증이 끝난 BYD의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만큼 우선 신차에 BYD 시스템을 잘 접목하고, 향후 더 최적화된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두 중견 완성차 업체의 중국 바라기는 올 하반기 뚜렷해진 판매량 감소세와 무관하지 않다. 실적 회복을 위해 르노코리아는 신차 부재를, KG모빌리티는 사라진 토레스 신차 효과를 극복해야 한다.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66.6% 줄어든 145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수출도 71.2% 감소한 4294대에 불과했다. KG모빌리티 역시 같은 기간 내수에서 51.5% 줄어든 3804대, 수출에서 51% 감소한 2617대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후발주자인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가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개발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필요할텐데, 중국 업체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관련 기술 검증을 받은 상태다. 양사가 최소 비용으로 단기간에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중국과의 협력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다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독자 기술 확보는 필수다. 자칫 내용물이 모두 중국산인 무늬만 국산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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