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수출전망 下] 21년 만에 최대교역국 바뀌나
[美·中 수출전망 下] 21년 만에 최대교역국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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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對美 수출 109.5억달러, 24.7% 급증···중국 이어 2위
관건은 美 제조업···금융 완화, 파업 종료 등에 '반등' 유력
인프라·친환경 투자 활성화는 '기회'···"상고하저 유념해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가 분주한 모습이다. (사진=엽합뉴스)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가 분주한 모습이다. (사진=엽합뉴스)

올 한해 우리나라 수출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주요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침체에 대중(對中) 수출 규모가 급감한데다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 부진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무역적자가 쌓였다. 하지만 최근 AI 수요 증가 등으로 반도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해와 다른 전망이 예상되고 있다.

대미(對美) 수출은 최근 몇년 간 상승곡선을 그리며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새로운 분기점을 맞은 우리나라 수출 전선을 되짚어 보고, 내년 한 해를 전망해 본다./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 20년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對)중국 수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반면 대(對)미국 수출은 자동차, 기계 등에서 선전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대미 수출액이 109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개월 연속 증가세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 대미 수출액이다. 수출규모도 중국(113억6000만달러)에 이어 2위다.

한은 관계자는 "자동차·기계 등 호조품목의 선전이 이어진 가운데, 반도체·무선통신가전·석유화학·바이오 등 올해 최다 품목수 플러스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1월 1~25일 중 품목별 대미 수출액을 보면 석유제품(2.2억달러, -54.8%)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 여파에 감소했지만, △자동차(28.3억달러, +30.2%) △일반기계(14.1억달러, +64.1%) △반도체(3.1억달러, +23.7%) 등 주요 품목 대부분이 크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11월 기준 대미 수출 비중은 19.6%까지 증가했다. 앞서 대미 수출비중은 지난 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1%까지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12%에서 지난해 16.1%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올해 확대 흐름이 더욱 가팔라졌다.

반대로 최대수출국인 중국의 지난해 수출비중은 22.8%로, 일년새 2.5%포인트(p)나 급감했다. 특히 올해 11월 기준 20.4%까지 좁혀지는 등 근시일내 최대수출국 자리를 미국에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지난 2003년부터 2022년까지 20년간 최대 교역국이었다. 

관건은 부진한 미국 제조업황의 회복세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7로 10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시장 예상치(47.6)에 크게 못 미쳤으며, 작년 10월(50.2) 이후 13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밑돌고 있다. PMI가 50을 하회시, 업황이 위축됐다고 판단한다.

세부적으로 10월과 비교해 보면 △신규주문(48.3, +2.8p) △재고(44.8, +1.5p) △가격(49.9, +4.8p) 등이 반등했지만, △생산(48.5, -1.9p) △고용(45.8, -1p) △공급자납품시간(46.2, 1.5p) 등 주요 부문이 하락세를 보였다.

또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한 12월 제조업 PMI 예비치 또한 48.2로 전월(49.4) 대비 1.2p나 하락했다. 이는 2개월 연속 하락세로, 지난 8월(47.9) 이후 최저치다. 이 같은 부진한 미 제조업 경기는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미국 제조업에 대한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된 데다, 10월까지 이어진 자동차 업계 파업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국채금리가 하락했고 달러 강세가 주춤하는 등 금융환경이 호전됐고, 파업도 마무리됐다"며 "해당 영향이 점차 소멸되는 국면이기에 미 제조업의 단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신규주문과 재고지수의 차이가 계속 벌어진 것은 적어도 컴퓨터·전자 등 업스트림 업종 개선 가능성을 지지한다"며 "다운스트림까지 회복세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B2B 기반의 설비투자 사이클이 가시화돼야 한다. 내년 하반기 전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설비투자 사이클이 하반기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내년에도 대미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특히 미국향 수출 중 자동차 외에 일반기계와 반도체 수출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반도체 중심인 우리나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인프라 구축·공급망 내재화(기계), 대기수요(자동차), 프리미엄 제품수요(통신기기 및 가전), IRA 제도 시행(이차전지) 등의 영향으로 관련 산업의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의 박솔 과장은 "대미수출 호조의 주요인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업종이 최근 미국내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품목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라며 "실제 자동차, 석유, 반도체 등 상위 10개 수출품목이 대미수출의 약 60%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박 과장은 "대미수출 호조가 상품구성 요인에 기인한 점은 중장기적 개선과제다. 향후 특정업종에 대한 미국 소비자 기호변화 시, 대미수출 부정적 영향도 상존한다"며 "향후 기술개발을 통한 상품경쟁력 제고와, 수출품목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 제조업 경기는 저점을 지나 회복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아직 수요 회복세는 아니지만 둔화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수요가 생각보다 양호하게 유지됐다. 기업들이 그동안 줄였던 재고를 다시 축적할 유인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수출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요국의 재고 부담 완화,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 미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출 모멘텀도 일시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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