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부동산 양극화에···건설사, 정비사업 '옥석 가리기' 심화
[초점] 부동산 양극화에···건설사, 정비사업 '옥석 가리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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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분양가 14.4% 오를 때 5대 광역시·세종은 5% 상승 그쳐
서울 내에서도 강남·용산·여의도 등 집값 높은 곳 위주로 사업 진행돼
"부동산 규제 완화 하더라도 지역 균형성 고려할 필요 있어 보여"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재건축 홍보관. 10월 중 완료됐어야 할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시공사 선정이 KB부동산신탁에 대한 서울시의 시정명령으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재건축 홍보관.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일자리와 인프라, 투자 자산 수요가 주요 지역으로 몰리며 전국 아파트 간 가격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며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이 부동산 침체기를 겪으며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서울 강남, 용산, 여의도 등의 선별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압구정 지역의 재건축을 위해 도시정비팀 산하에 10여명 규모의 '압구정 재건축 TF팀'을 발족했다. 올해 압구정을 중심으로 강남권 수주를 위해 회사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집했다. 회사 관계자는 "압구정은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아파트 시작을 알린 의미 있는 곳으로, 회사는 올해 발주 예정된 신반포2차와 압구정 정비구역 전 지역에 대한 수주 목표를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건설과 국내 정비사업 수주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한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압구정 4·5구역과 '송파구 빅6'로 불리는 잠실동 잠실우성1·2·3차, 아시아선수촌 신천동 장미123차,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올림픽패밀리 오금현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 다시 재개될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현대건설과 2파전 구도도 확정된 상태다.

롯데건설 역시 올해 압구정 재건축 사업 수주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압구정은 자본력이 있는 곳으로 국내 최고 재건축 사업지로 당사는 5개 구역 중 1·4·5 구역에 집중하며 지역에 대한 공부와 영업을 병행하고 있다"라며 "구역 내 조합원들의 조건을 충분히 파악해 경쟁력있는 수주 전략을 내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장팀, 도시정비팀, 사업팀' 등 기존 3개팀으로 운영되던 것을 1개 팀으로 합치고 각 지역의 주요 지사에 힘을 더 실어주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우선 강남 지역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신반포16차 재건축, 신반포2차 재건축 사업 수주를 먼저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문제는 대형 건설사들이 집값이 기존부터 높게 형성된 특수 지역의 선별 수주에 나서며 회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한 특화 설계 등으로 서울권의 공사비가 크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의 3.3㎡ 평균 분양가는 지난 2022년 11월(2983만원) 대비 약 14.4% 오른 3415만원,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은 서울에서 최소 분양가가 11억원을 훌쩍 넘었다. 같은 기간 부산 등 5대 광역시와 세종시의 1㎡당 분양 가격은 서울의 절반 수준인 513만원으로 1년 새 5.01% 오르는 데 그쳤다.

현재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절차 중인 서울시 구별 사업장은 강남권에서 가장 많다. 서초·강남에서 10건이 진행 중이며,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선 5건에 그친다. 이외에도 성동구 7건, 용산구 3건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곳에서의 재건축 사업이 더 활발한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이 고가주택 밀집지와 저가주택 밀집지가 뚜렷하게 나뉘는 주거지 분리 현상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국토연구원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서울의 주거지 분리 현상은 지속 심화돼, 북중부와 남동부에 고가주택이 군집돼 있고, 북동부·북서부·남서부 등엔 저가주택이 위치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고 분석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래미안 대치 팰리스 1·2단지' 전용 84㎡는 지난 11월 33억원에 최고가를 갱신했다. '대치아이파크' 전용 59㎡도 같은 달 22억8000만원에, '동부센트레빌' 전용161㎡는 지난 10월 53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반면 노·도·강 지역에서 지난해 2022년 대비 최고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집값도 강남보다 크게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수억원씩 집값이 떨어지는 곳들은 빈번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달 7억원에 팔렸는데, 이는 2021년 10월 11억7000만원보다 4억7000만원 떨어진 값이다. 인근의 '삼성래미안트리베라2단지' 전용 84㎡도 지난달 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22년 거래된 최고가 11억8000만원보다 4억2000만원 낮아진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PF부실 리스크와 고금리 기조 유지 등 대내외 불안 요소가 이어지며 입지별로 주택 시장 온도 차는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서울과 지방 간 격차 외에도 서울 내에서도 집값 상승 기대가 있는 곳은 강남권 등 일부 지역뿐"이라며 "서울 시내에서도 강남 등 최고 주거지는 계속 가격이 오르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은 정체되면서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같은 서울이라도 고가주택 지역의 집값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약 13억원, 저가주택 지역은 약 2억원 수준으로 큰 차이가 있다"며 "집값에 따라 지역별 교통·생활·보건복지·교육·문화체육 등 거주환경 수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지역 균형을 맞추는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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