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증가세 견인···17.5% 늘어난 155조
업계 "수익률 선방·고객관리 강화 등 영향"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퇴직연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0조원에 근접했다. 고객관리 강화 등 '집토끼'를 지키기 위한 전략에다 수익률도 개선되면서 시장 영향력이 한층 커진 모습이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퇴직연금(DB·DC·IRP) 적립금 총액은 198조494억원으로 전년(170조8273억원)보다 15.9% 증가했다. 이 중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155조33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늘어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33조6988억원(23.6%↑) △KB국민은행 36조8267억원(16.9%↑) △우리은행 23조6632억원(15.9%↑) △신한은행 40조4019억원(15.4%↑) △NH농협은행 20조7488억원(15.1%↑) 순으로 적립금 증가율이 높았다.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적립금 40조원을 돌파했으며 하나은행은 지난해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1위를 달성, 은행권 내에서 퇴직연금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1위를 강조하는 마케팅이 전개되는 모습이다.
특히 개인퇴직연금계좌(IRP) 잔액이 49조39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가량 크게 증가했고,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은 각각 9.6%, 15.9% 늘어났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확대는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퇴직연금 고객 유치 경쟁이 이어진 결과다. 지난해 시장금리와 채권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퇴직연금 수익률도 개선됐다.
지난해 본격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로 인해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예상하는 관측이 있었으나, 은행권이 수익률에서 선방하며 점유율을 지켰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금리도 올랐지만, 최근에 투자상품군에서도 AI 등 기술을 동반한 펀드 상품들이 선전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성향의 고객들이 적지 않은 데다 은행의 경우 영업점 조직이 많고 고객 관리에 강점이 있다 보니 자금이 은행권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은 △DB형 4.1% △DC형 3.7% △개인IRP 3.5% 등,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개인IRP 13.6% △DC형 13.7% △DB형 9.9% 등으로 나타났다.
상품별로 보면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은 DB형의 경우 △신한 4.52% △하나 4.48% △우리 4.46% △국민 4.31% △NH농협 3.81% 순이고, DC형은 △하나 4.08% △국민 3.92% △신한 3.90% △우리 3.75% △NH농협 3.50% 순이었다. 개인형 IRP는 △신한 3.68% △하나 3.66% △국민 3.62% △우리 3.55% △NH농협 3.23% 순으로 집계됐다.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은 DB형의 경우 △국민 10.49% △신한 8.87% △NH농협 8.82% △우리 8.73% △하나 6.99% 순이었으며, DC형은 △하나 16.15% △국민 13.71% △신한 13.48% △우리 13.25% △NH농협 12.85% 순이었다. 개인형 IRP는 △하나 13.93% △NH농협 13.34% △국민 13.32% △신한 12.56% △우리 12.40% 순으로 높았다.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는 만큼 금융권의 퇴직연금 유치전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집토끼'를 지키려는 은행들은 관련 서비스 확대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통해 고객별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객상담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국민은행도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와 연금자산관리부터 은퇴·노후 전반에 대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KB골든라이프센터' 등을 운영 중이며, 하나은행의 경우 연금 VIP 고객을 위한 전문 상담센터 '연금 더 드림 라운지'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퇴직연금을 가입하더라도 다양한 상품군을 라인업한 상태"라면서 "향후 금리 인하 시기에는 자금이 증권업계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지만, 은행권은 높은 편의성뿐 아니라 안정적인 성향의 고객이 많기 때문에 상품 내에서 라인업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