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공사중단·미분양 급증···'삼중고' 시달리는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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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건설사 10곳 법정관리 신청···전국 현장 곳곳서 공사 중단
지난해 분양·임대보증사고 금액 9445억원···2022년보다 165배 급증
미분양 5만7925가구.'악성 미분양'도 1만여 가구···연초 대비 38%↑
1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422-1필지 주상복합'의 현장. 신일건설이 막대한 채무 인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뒤 5개월 째 공정률 45% 상태에서 공사현장이 방치되고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기자가 방문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422-1필지 주상복합'의 현장. 신일건설이 막대한 채무 인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뒤 5개월 째 공정률 45% 상태에서 공사현장이 방치되고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건설업계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자금난에 문닫는 건설사가 속출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협력업체와 분양 계약자들에게 미치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부도 처리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건설업체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늘고 있다. 이에 따른 분양 계약자들의 피해도 이어졌다.

법원 공고를 보면 지난달 건설사 10여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올해도 벌써 10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1곳으로 지난 2022년에 비해 7곳(50%) 늘었고,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총 2347건으로 23% 늘었다.

자금난을 버티지 못해 쓰러지는 건설사가 늘면서 분양보증 및 임대보증 사고도 급증했다.

분양·임대보증은 아파트 시공사 또는 시행사의 부도나 파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계약자들의 요구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도로 공사를 계속 진행하거나 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는 반드시 HUG의 분양·임대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국의 분양·임대보증 사고는 15건(분양보증 사고 12건, 임대보증 사고 3건), 사고 금액은 9445억원에 달했다. 2022년에는 1건, 57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금액 기준 165배 급증한 수치다.

새해 들어서도 벌써 전북 익산에서 임대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오는 3월 준공 예정이었던 민간 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는 시행사가 자금난에 처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공사 현장이 멈춰 섰고, 지난해 말에는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HUG는 올해 초 이 사업장을 보증사고 현장으로 분류하고 계약자(임차인) 126명에게 각각 1억원가량의 보증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신일해피트리'로 알려진 중견 건설사 신일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 회사가 시공하던 아파트 현장 4곳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 가운데 두 곳의 계약자들은 분양대금을 돌려받았고, 오는 3월 입주 예정이었던 나머지 2곳은 대체 시공사를 찾는 중이다.

HUG가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을 돌려주더라도 원금만 지급하기 때문에 분양대금을 대출 등으로 조달해 이자가 발생했다면 계약자들은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시공사 교체 시에도 대체할 건설사를 제때 찾지 못해 계약자들이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게 된다.

HUG 관계자는 "요즘처럼 공사비가 오르고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대체할 건설사를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의 일부 공사 현장에서는 임금 체불 문제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대구의 옛 동부정류장 자리에 짓고 있는 아파트 공사장에서는 현장 근로자들이 12월분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작업을 중단, 형틀 공사 등 일부 공정이 차질을 빚었고,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건설 현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노조원들이 작업을 거부, 지난 17일부터 골조 공정이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악성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얼어붙은 분양시장도 회사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7925가구를 기록한 가운데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하고 남은 '악성 미분양'은 1만465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초(7546가구) 대비 38% 늘었다.

미분양이 많은 대구에서는 악성 미분양에 시달리던 시행사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공매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지난해 8월 대구시 수성구에 준공한 빌리브 헤리티지는 전체 146가구 중 25가구만 분양이 완료됐고 나머지 121가구는 준공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집으로 남아있다. 분양률이 17%에 그친 가운데 시행사가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14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데 실패하면서 미분양 121가구에 대해 오는 30일부터 공개 매각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새해 들어서도 분양시장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단지가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보이면서 미분양 물량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5∼17일 1·2순위 청약을 받은 전북 익산 피렌체 아파트는 총 92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9명뿐이었고, 같은 기간 청약 접수를 진행한 강원 강릉 유블레스 리센트는 218가구 모집에 33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가 상승에 고금리,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지속되면서 건설업계가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지방에서 주택 사업에 집중했던 중견·중소 건설사는 요즘 그야말로 벼랑 끝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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