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첫해부터 실적 부진…수익성 반등 조짐
‘패션·럭셔리’ 高마진 상품에 주력…통합 멤버십
매월 ‘월간 롯데’ 진행…“협업 계열사·상품 확대”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이 박익진 신임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하면서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 롯데온은 마케팅·재무통(通)인 박 대표 체제 아래 내실 다진 것과 동시에 계열사 간 시너지를 도모하고 버티컬 커머스(전문몰)을 통해 성장 동력(모멘텀) 강화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박익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 헤드를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 신임 대표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박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와 미국 MIT 물리학과의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00년부터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 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했다. 이후 박 대표는 △한국시티은행 카드사업본부 최고 재무 관리자(CFO)·최고 전략 책임자(CSO) △맥킨지 부파트너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 담당 전무 △ING생명 마케팅본부장, 부사장 △MBK 롯데카드 마케팅 디지털 부사장 △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PE) 오퍼레이션 총괄헤드를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온은 마케팅과 금융·재무 직무를 경험한 박 대표에게 롯데온을 맡겨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미 이커머스 시장이 3강(쿠팡·네이버·신세계) 체제로 굳혀져 있는 만큼 입지를 확대하는 것은 풀어야될 숙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쿠팡(24.5%) △네이버(23.3%) △신세계(SSG닷컴+지마켓, 11.5%)가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11번가가 7.0%, 롯데온은 4.9%에 불과하다.
롯데온은 박 대표를 선두로 내부적으로 운영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을 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목표다. 실적 반등 계획의 일환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롯데 계열사의 제품을 큰 폭으로 할인하는 등 롯데 계열사와 협업해 업계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롯데온은 올해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각 계열사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월간 롯데' 행사를 기획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이효리를 광고 모델로 앞세워 매출·방문 고객 수에서 소기의 성과를 냈다. 특히 롯데온은 2022년부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화하겠다는 목표 아래 뷰티·명품·패션·키즈 버티컬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수익성 개선 기조와 함께 버티컬 전략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버티컬 중심으로 안착한 이커머스 사업의 수익성 개선은 올해 기대해 볼 수 있는 포인트"라며 "이커머스 사업은 지난해 총 거래액(GMV)이 전년 대비 약 3%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온 등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명품·뷰티 분야의 버티컬 서비스 확대에 전사적 역량을 쏟는 배경은 더 이상 신선식품·공산품·생필품 등을 취급·판매해 수익을 마련할 수 없는 데다, 고마진 상품인 명품·뷰티 분야 전문관은 확실한 수요를 공략해 충성고객 확보에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 선보인 키즈 버티컬 '온앤더키즈'도 프리미엄 아동 패션·육아용품·장난감 등을 앞세워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로 출범 4년차를 맞은 롯데온은 출범 첫해인 2020년 영업손실 950억원을 낸 후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5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실적 반등 조짐도 보인다. 롯데온은 버티컬몰 거래액 증가 영향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이 13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물류비용과 정보기술(IT) 운영비 효율화 노력으로 703억 개선된 85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각 버티컬에서는 상품 전문성을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안하며 성장하고 있다"며 "버티컬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며 2022년 3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적자 폭을 줄이며 롯데온의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