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OTT 요금 인하 압박···'토종' 플랫폼 역차별 우려
정부, OTT 요금 인하 압박···'토종' 플랫폼 역차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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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OTT 사업자 소집해 요금제 다양화 논의
"넷플릭스·구글 등 따를 가능성 적어···韓 기업만 대상"
자체 콘텐츠 투자 따른 적자에 구독료 압박 '이중고'
(사진=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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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최근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잇따라 요금 인상을 결정하며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이미 콘텐츠 투자로 국내 OTT 업체들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시장 지배 사업자인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경우 해당 논의에서 제외돼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9일 티빙, 웨이브, 왓챠 등 OTT 사업자를 소집하고 요금제 다양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날 오후에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사업자를 대상으로 'OTT 결합요금제' 출시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과기부는 OTT 정책 전반에 대해 업계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최근 통신업계에 대한 요금 인하 정책과 마찬가지로 가격 인하 방안을 유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넷플릭스 등 OTT들이 구독료를 잇따라 인상하며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월 9900원에서 1만3900원으로 4000원 인상했으며, 애플은 자사 OTT 서비스 '애플TV플러스'의 월 요금을 기존 95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인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OTT인 티빙이 베이직 요금제를 월 7900원에서 9500원으로 약 20% 올렸으며 넷플릭스 역시 월 9500원 베이식 멤버십 신규 가입을 제한해 구독료를 사실상 인상했다.

정부의 이러한 취지에도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실질적으로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글로벌 사업자가 이러한 제안에 따를 가능성이 극히 적은 만큼, 이러한 정책이 국내 기업들에게만 적용될 경우 역차별 논란과 함께 업계에 큰 타격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구독료 인하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 "현재로선 요금제 변동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OTT 요금 인하를 주문한다 하더라도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이 이에 따를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만일 정책적인 압박이 본격화될 경우 이미 사정이 좋지 않은 국내 업체들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이러한 압박이 실제 구독료 인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규제 산업인 통신사와 달리 민간 기업의 수익 구조를 정부가 직접 조정하기는 쉽지 않은 데다,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OTT 플랫폼의 경우 콘텐츠 제작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수 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요금 인하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기준 티빙의 영업손실은 1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429억원 늘었으며 웨이브는 같은 기간 12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폭이 658억원 증가했다. 왓챠는 지난 2022년 영업손실 규모가 555억원으로 지난 2019년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요금제 다양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 사업자의 수익 구조를 직접 건드리기는 쉽지 않아보인다"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 가격을 조정한다기 보다는 광고요금제 등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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