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지만···논란 불씨 남은 실거주 의무 완화
급한 불 껐지만···논란 불씨 남은 실거주 의무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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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유예' 개정안 국토위 법안 소위 통과···입주 전 한번 전세 유치
77개 단지 5만여 가구 혜택···"잔금 없어 분양권 던지는 사태 막았다"
투기 세력 확대, 부자 정책, 현행 계약갱신청구권 등 논란 계속될 것
1월 29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 (사진=연합)
1월 29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그동안 말이 많았던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한시적으로 유예되면서 올림픽파크포레온, 메이플자이 등 해당 지역 집주인들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초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이 강력하게 주장하던 '분상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아닌 유예로 가닥이 잡힌 데다가, 분쟁의 여지도 남아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 법안이 지난 21일 국회 국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실거주 의무가 시작되는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4월 총선거를 앞두고 야당도 합의하고 있어 개정안은 29일 본 회의를 통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실거주 의무는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은 2021년 2월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현행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단지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최초 입주 일로부터 2~5년 동안 실제로 살아야 한다. 시세보다 싸게 분양가가 책정된 만큼 새 아파트를 실수요자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였다.

입주 때 전세를 주고 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치르려 했던 수분양자들은 잔금을 마련할 수 없어, 3년새 크게 오른 아파트를 포기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되팔아야 하는 상황에 닥쳤다. 실거주 의무로 분양권을 매수하려는 수요도 없었다.

그러다 이번 개정안 도입으로 입주 전 한번은 전세 유치가 가능해져, 당장 실거주가 불가능한 수분양자들은 부담을 덜게 됐다.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단지는 지난달 기준으로 77개 단지 4만9766가구다. 이 중 이미 입주가 시작된 곳은 11개 단지 6544가구다.

대표 혜택 단지는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11월 입주를 앞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 등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실거주 의무 완화 기조에 아직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해당 법안이 당초 아파트 실수요자를 위하고 부동산 투기를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만큼, 완화하면 다시 갭투자가 성행하는 등 투기 세력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갭투자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액의 차액이 적은 집을 골라 주택 매입 후 바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집을 매입한 뒤 시세 차익을 거두는 매매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최근 전셋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몇 년 전 시세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은 현 시세에 맞는 높은 가격에 전세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집주인들은 돈 한푼 안 들이고도 집을 보유하게 되고, 나아가 시세 차익까지 노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여당이 실거주 의무 완전 폐지를 약속하고 있어,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게 되면 이 역시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부동산 투기 세력 확대, 부자와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이란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야당은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법안의 폐지와 완화를 반대해 왔다. 이번 실거주 의무 완화 관련 여야의 합의에 대해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적인 제도는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취지로 이해해달라"며 "실질적 실거주가 필요한 분들에게 거주를 제공해야 한단 의미로 폐지 자체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는 계약 갱신권이 있어, 3년 뒤 실거주 해야 하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통상 2년인 계약기간을 3년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특약 사향을 계약을 진행해야 하지만 세입자 이주 문제 등으로 입주를 제때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입자의 주거권 보장과 추후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 예방을 위해서라도 실거주 의무 3년 유예가 아닌 전세 계약 갱신권에 맞춘 4년 유예 등으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도 "차라리 유예기간을 5년정도로 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며 "2년 뒤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연장하지 않게 되면 집주인은 2년 이내에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데 그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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