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기업대출, 1년새 65兆 '쑥'···부실 경고음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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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성장 '한계' 여파···기업고객 모시기 경쟁 치열
고금리에 건전성 악화 '빨간불'···취약차주 모니터링 강화
국내은행들의 지난해 이자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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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 1년 새 기업대출이 65조원 넘게 불어났다. 가계대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에 적극 뛰어든 결과다.

우리나라 기업대출 증가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인데, 기업 경영환경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대출 리스크 관리가 은행업권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총 776조7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770조1450억원) 대비로는 6조5657억원 늘었고, 1년 전인 지난해 2월 말(710조9236억원)보다는 65조7871억원 증가했다. 1년 새 기업대출 증가 규모가 66조원에 육박했다는 의미다.

기업대출 증가폭은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폭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7922억원으로 전월보다는 4779억원, 지난해 2월 말(685조 4506억원) 대비로는 10조3416억원 증가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우량 대출로 분류되는 대기업 대출보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소호) 대출의 성장세가 더 컸다. 지난달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41조8090억원으로 전월(138조9484억원)보다는 2조8606억원, 지난해 2월 말(111조558억원)과 비교하면 30조7532억원 각각 늘었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634조9017억원으로 전월(631조1966억원)보다는 3조7051억원, 전년 (599조8678억원) 대비로는 35조339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에서 기업대출 성장세가 가팔라진 것은 당국 규제 등으로 가계대출 영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을 경상 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에 맞춰 5대 금융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질 조짐을 보이자 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의 가산금리를 0.05~0.3%p(포인트) 인상하며 대출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규모를 마냥 늘리기 어렵다 보니 기업대출 영업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은행들은 주력 상품이던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 공을 들이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잔액 기준)이 각각 14.54%, 10.27%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 7.72%, 농협은행 6.97%, 신한은행은 6.06%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잔액 기준)가 -1.06~1.88%였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대출의 성장세가 상당히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기업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들어가면서 기업들도 금리가 더 높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에서는 우리나라의 가파른 기업부채 성장률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IIF의 '세계부채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5.2%로 주요국 가운데 홍콩(258.0%), 중국(166.5%), 싱가포르(130.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전년 동기 대비 기업부채 상승폭(4.2%p)도 러시아(8.4%p), 사우디아라비아(8.2%p), 중국(7.7%p), 인도(7.0%p)에 이어 다섯 번째로 컸다.

이처럼 기업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 고금리 여파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은행들의 고민거리다. 주요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모두 오르는 추세다. 하나은행이 2022년 말 0.23%에서 지난해 말 0.29%로 0.06%p, 신한은행이 0.23%에서 0.27%로 0.04%p, 우리은행이 0.23%에서 0.24%로 0.01%p, 국민은행이 0.12%에서 0.19%로 0.07%p 상승했다.

은행들은 부실기업 대출 정리, 취약 차주 대출 재분류, 고위험 차주 집중 모니터링 등을 통해 기업대출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인하, 이자마진 축소, 상생금융 등 은행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영업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대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대출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면서 적절하게 부실 관리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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