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작년 가격 인상 덕 봤지만···올해는 쉽지 않다
시멘트업계, 작년 가격 인상 덕 봤지만···올해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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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성신양회, 영업익 109%‧24.5%‧3899% 급등
2년여간 시멘트가격 4차례 인상과 함께 유연탄 가격 안정화 효과 톡톡
올해 수요 1% 감소, 출하량 3년전 수준인 5천톤 예상···"돌파구 안 보여"
도로에 시멘트 포가 쌓여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도로에 시멘트 포가 쌓여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업 불황에도 지난해 주요 시멘트 기업들은 실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연탄 가격이 안정화하면서 제조 원가가 낮아진 데다 가격 인상 효과를 톡톡히 본 덕이다. 다만 올해도 실적 호조를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전방 산업인 건설업황도 크게 악화해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직 지난해 실적을 공시하지 않은 삼표시멘트를 제외한 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등 국내 '빅5' 시멘트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곳은 한일시멘트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8006억원, 영업이익 24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1조4875억원)과 영업이익(1179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21.0%, 109% 급증했다. 

아세아시멘트는 지난해 매출액 1조2004억원, 영업이익 1468억원을 기록, 전년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1조401억원)은 15.4% 영업이익(1179억원)은 24.5% 각각 늘었다. 성신양회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1조1132억원으로, 전년(1조304억원)보다 8.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8억원에서 733억원으로, 증가율이 4000%에 근접한 3899.3%로 수직 상승했다.

업계 1위 쌍용C&E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1조8694억원으로, 전년도(1조7059억원)보다 9.6%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이 유일하게 줄었는데 1841억원으로, 전년도 1920억원보다 4.1% 감소했다.

시멘트 업계가 호실적을 맞은 배경에는 제품 가격 상승과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 시멘트값은 지난 2021년 7월 7만8800원으로 오른 이후 2022년 2월(9만2400원)과 11월(10만5400원)에 각각 9만원과 10만원을 넘어섰고, 작년 11월 단행한 추가 인상으로 11만원을 돌파했다. 시멘트가격은 지난 2년간 4차례에 걸쳐 인상돼 무려 50% 가까이 급등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하게 상승했던 유연탄 가격은 지난 2022년 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하며 안정 추세에 진입했다. 시멘트 제조 원가에서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하락이 시멘트가격 인상과 맞물려 원가율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 등으로 인해 건축물의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불량 골재를 대신하기 위해 시멘트 투입량을 늘린 것도 시멘트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와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연탄 가격이 지속적인 안정 추세를 보이면 원가율 개선이 이어질 수 있지만 전방 산업인 건설업의 불황 변수가 보다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착공 면적이 급감한 데다 인허가, 수주 등 건설경기 지표가 모두 하락한 만큼 수요 감소 요인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전년보다 25.5% 감소한 총 38만8891세대로 나타났다. 착공 물량도 2022년(38만3404세대)보다 45.4% 급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 자료에서도 올해 건설투자가 1.2~1.8%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사 물량을 뜻하는 건설기성은 좀 더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올해 건설기성 추정치(-2.5%)에 따른 건설자재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건산연은 올해 시멘트 수요가 전년 대비 1.0% 감소한 4600만톤~5100만톤 수준으로, 지난 2020~2021년 수요(당시 시멘트5000만톤 출하)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전기요금와 요소수 가격 등 부원자재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 등도 악재다. 지난해의 경우 전방 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올해는 불황 속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최근 2년여간 어려움 속에서 원가율 절감 등을 통해 버텨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건설경기가 더 악화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가격 인상은 실적 하락과 자잿값 급등 상황을 넘기기 위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가격 인상을 검토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라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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