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내 집 마련' 주거 사다리 단절되나···월세로 내몰린 청년들
[초점] '내 집 마련' 주거 사다리 단절되나···월세로 내몰린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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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아파트 전셋값 마련하려면 청년 월급으로 14년, 8.7년 씩 걸려
다가구·빌라 등은 보증보험과 대출 제한, 보증금 반환 우려에 전세 기피
서울 소형 빌라·오피스텔 주거비 '월 100만원'···청년 임금 40%를 주거비로
"월세 내면서 언제 돈 모아 집 사나"···"임대료 상한 있는 주택 공급 늘려야"
도심 중심에서 거리가 있는 서울시 한 동네의 부동산에 빌라 전세 매물 등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도심 중심에서 거리가 있는 서울시 한 동네의 부동산에 빌라 전세 매물 등 안내가 붙어 있다. 방 2개 빌라 전세 매물은 2억9000만원부터, 방 3개 전세가는 3억9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청년들이 전세에 살며 목돈을 모아 '내 집 마련'에 이르는 주거 사다리가 사실상 끊길 위기에 놓여있다. 치솟는 전셋값에 현재 월급으론 전세마저 선택할 수 없는 청년들이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며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이로써 수도권은 37주 연속, 서울은 42주 연속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1월 기준)은 5억3469만원으로 조사됐고, 경기도와 인천은 각각 3억1411만원, 2억2446만원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국내 청년(19∼34세)의 월평균 임금은 252만원이다. 올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발표를 보더라도 청년층 임금 근로자의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경북 군위군이었는데, 평균 급여는 308만원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월급이 300만원인 청년이 서울 아파트 '전세'에 들어가기 위해선 약 14년의 월급을 모아야 한다. 경기와 인천에 전셋집을 마련하려면 각각 8.7년, 6.2년씩 걸린다. 월급이 250만원이면 시간은 더 늘어난다. 단, 한 푼도 안 쓰고 모든 월급을 저축했을 경우다.

현실적으로 20대, 30대 초반에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에 들어가려면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리 3% 미만의 정부 지원 전세자금대출(버팀목전세자금대출 등)은 대부분 보증금 3억원 이하의 주택만 신청가능하다. 아울러 3%대 초과 금리로 몇억원의 일반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경우 월 이자 비용이 월세만큼 만만치 않다.

결국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가구·다세대 등의 전세지만, 또한 쉽지 않다.

먼저 올해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이 담보인정비율 100%에서 90%로 강화됐다. 이에 프롭테크기업 집토스가 수도권 연립·다세대 주택의 임대차계약 실거래가와 주택 공시가격을 비교 분석했는데, 올해 갱신 예정인 전세 3채 중 2채는 강화된 HUG의 전세보증 요건 탓에 가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HUG의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낮은 1금융권들은 여전히 빌라 등을 대상으로 한 전세자금 대출 한도나 자격 일부를 제한하고 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 2020년부터 빌라를 대상으로 한 HUG 보증부 전세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HUG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한정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단독주택이나 3층 이하의 19가구 이하 다가구주택은 HUG 보증부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막아놨다. 이들 금융권은 빌라 등의 전세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방침이라 설명한다.

또 대출을 받기 위해 일정기간 고정 소득을 증명해야 하는 만큼, 이제 막 취업한 사회 초년생들이나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근로자는 대출 선택지가 더 좁아진다.

결국 보증보험과 대출 제한, 고금리 전세 이자, 보증금 미반환 우려 등에 청년 대부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도록 내몰린다. 나날이 월셋값이 오르는 이유기도 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서울 빌라·오피스텔 월세 신규 계약 64만7965건(지난해 3월~올해 2월)을 분석한 결과, 서울 전용 40㎡(약 12평) 이하 평균 월세는 85만원으로 1년 전(74만6000원) 대비 13.9% 올랐다. 관리비, 가스, 전기요금 등을 더하면 주거비는 월 100만원에 가깝다.

월급 300만원 근로자의 경우 급여의 3분의 1을, 250만원 근로자의 경우 임금의 40%를 주거비로만 지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때문에 청년들 일부는 반지하 등의 열악한 주택을 택해 지출을 줄이거나, 출퇴근 시간을 희생하고 도심에서 먼 거주지를 선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수록 결국 단계적으로 주거 환경을 상향하는 기회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현재도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데, 월세 80~100만원씩을 내고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사겠냐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1인가구 청년 4명 중 3명은 다가구·빌라·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등 비아파트 거주 청년층이 늘고 있고, 커지는 주거비 부담에 이들이 다음 주거 단계로 이동할 기회도 줄고 있다"며 "이 같은 주거비 완화를 위해선 강력한 임대차 보완책과 아파트 외에도 규제 완화를 통해 다양한 주거 형태가 지속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청년 월세 지원 등의 사업들이 진행 중이지만 먼저 주택 공급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다시 월세 상승으로 귀결된다"며 "장기적으로 공공·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임대료 상한이 있는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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