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업재편 통해 배터리 경쟁력 확보···북미 공략 강화한다
SK, 사업재편 통해 배터리 경쟁력 확보···북미 공략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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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너지 기대된 일부 사업·지분···매각 후보군 급부상
SK온 설비투자 확대···배터리 넘어 전기차 수직계열화 채비
SK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사진-=SK그룹)
서울 종로구 SK본사. (사진-=SK그룹)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반도체 사업에서 큰 재미를 봤던 SK그룹이 이번에는 전기차 배터리 수직계열화에 나선다. 생산장비부터 소재 기업까지 전 부문에서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한편 배터리 주변 부품까지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전기차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장의 취임 이후 빠른 경영쇄신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비주력 사업 영역과 지분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매물은 2018년 사들인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1%와 2019년 빈그룹 지분 6.4%다. 당시 인수 금액으로 따지면 약 1조7100억원 규모다. SK의 베트남 투자 자산은 2022년부터 꾸준히 매각설이 제기돼왔다. 2021년부터 베트남 시장상황이 좋지 않았고 이에 따라 마산그룹과 빈그룹의 기업가치도 투자 당시보다 실적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플래시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 지분도 매각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키옥시아 평가손실은 1조43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600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SK의 매각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지분들은 주로 부진한 사업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지만, 반도체 사업 영역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가 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짜면서 이에 걸맞는 차세대 생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마산그룹의 경우 반도체 핵심 소재인 텅스텐과 형석 광산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한 광산의 규모는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규모다. SK의 마산그룹 인수 당시 회사 관계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실제 반도체 사업영역 일부를 매각한 경우도 있다. SKC의 반도체 소재사업 투자사 SK엔펄스는 지난해 9월 반도체 전공정 기초소재사업을 88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SK엔펄스가 매각한 사업은 웨트케미칼 사업과 세정사업으로 각각 중국 소재회사 야커테크놀로지와 투자전문회사 선양신진이 인수했다. 

SK는 이 같은 사업전략 변화를 통해 마련된 지분을 배터리 수직계열화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는 2015년부터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통해 반도체 사업의 빠른 성장을 일궈냈다. SK는 2015년과 2017년에 각각 OCI머티리얼즈(現 SK머티리얼즈)와 LG실트론(現 SK실트론)을 인수했다. 

이어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에 합병돼 SK㈜ 머티리얼즈가 됐고 기존 사업영역은 SK스페셜티가 도맡게 됐다. 이와 함께 생산 소재에 따라 SK머티리얼즈 리뉴텍,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SK쇼와덴코, SK머티리얼즈 퍼포먼스 등 계열사를 설립하고 SK㈜ 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소재 중간계열사로 자리잡게 됐다. 

현재 SK의 배터리 사업은 SK온이 중심이 돼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이차전지용 동박과 실리콘 음극재를 전담하는 SKC, 배터리 분리막 생산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또 반도체 소재 계열사인 SK㈜ 머티리얼즈에서도 2021년 미국 그룹14 테크놀로지와 합작해 실리콘 음극재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그룹14를 설립하기도 했다. 

여기에 SK온 역시 2022년 호주 리튬 생산업체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소재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강화한 SK온 SF+ 배터리. (사진=여용준 기자)

이처럼 배터리 소재부터 재활용까지 전주기에 걸쳐 인프라를 확보한 SK는 사업영역 재편을 통해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전기차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올해 배터리 사업에 약 7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투자금액이 9조원인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부분 투자가 SK온에 집중된 셈이다. 이는 포드, 현대차와 합작법인에 투입될 예정이다. SK온은 이를 통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88GWh에서 내년 220GWh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와 관련된 전기차 주변 부품과 소재 생산도 확대한다. SK㈜의 SiC 전력반도체 자회사 SK파워텍은 지난해 부산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고 전력반도체 양산에 들어갔다. SK파워텍(舊 예스파워테크닉스)은 2022년 SK에 인수된 뒤 지난해 3월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윤활유 전문기업 SK엔무브는 지난해 액침냉각 전문기업인 미국 GRC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전기차용 윤활유와 함꼐 전기차와 ESS에 활용할 수 있는 액침냉각 기술을 공개했다. 또 전기차 충전기 기업인 SK시그넷은 최근 보안 솔루션을 강화하며 안정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의 배터리 사업 투자 확대는 미국 시장의 성장에 따라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터리 시장에 대해 "수익성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반기 이후 미국 중심의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신규 사이트 가동과 함께 출하량 증가에 따른 성장을 지속하고, 원가 경쟁력 강화 및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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