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성주 한국금융공학회장 "ESG ETF 도입, 파생 '부정적 인식' 개선돼야"
[인터뷰] 문성주 한국금융공학회장 "ESG ETF 도입, 파생 '부정적 인식'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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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날씨 파생 활발하게 거래···탄소배출권과 자연히 연계"
문성주 한국금융공학회장. (사진=이서영 기자)
문성주 한국금융공학회장. (사진=이서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글로벌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파생결합상품 활성화는 더딘 편이다. 이에 25일 서울파이낸스는 파생상품 전문가인 문성주 한국금융공학회장을 만나, 최근 금융투자시장의 파생상품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최근 기상 이변 등으로 미국에서는 날씨 파생상품의 성장세가 크다고 알고 있다. 국내 날씨 파생상품의 상황은?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목적으로 세계 최초로 1999년 9월 미국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서 날씨 파생상품인 기온을 대상으로 한 선물과 옵션이 도입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되고 있는 상품은 연관 산업이 많은 기온 선물·옵션인데 예상치 못한 기온의 상승 또는 하락은 에너지산업, 의류산업, 가전업체, 물류산업, 레저산업, 농수산업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온변화의 주요한 원인이 탄소배출이어서 날씨 파생상품은 탄소배출권시장과 자연스럽게 연계가 됩니다. 예컨대 탄소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여름철 기온이 급상승하거나 겨울철 기온이 급락하게 되면 산업 부문의 냉난비용이 급증하게 되어 기온 선물 또는 옵션 계약을 통해 날씨위험을 헤지하려 할 것입니다. 동시에 화력발전소는 냉난방용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므로써 할당받은 탄소배출량을 초과할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탄소배출권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할 것입니다. 

날씨 파생상품시장은 기상이변의 발생과 헤지수요가 연계될 때 성장합니다. 예컨대 2019년 대비 2023년 미국의 기상이변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대한 헤지수요가 증가하자 2023년 CME 날씨 파생상품의 평균 미결제약정 수량은 2019년과 비교해 12배가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기상이변이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날씨파생상품은 도입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2000년 도쿄 선물거래소의 날씨 파생상품 도입 실패 사례와 유사하게 날씨파생상품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적은 수요층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향후 날씨파생상품 도입과 관련 논의는 있을 수 있으나 앞에서 언급한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국내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 기상이변과 연관된 글로벌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날 ETF 테마 중 최고 상승률을 보이는 등 ESG ETF는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ESG 연계 파생상품이 활성화가 더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현재 연기금의 ESG관련 투자규모는 국민연금이 384조원, 사학연금이 4791억원, 공무원연금이 8359억원 수준이고, 2023년 기준 한국 ESG기준원에서 ESG등급을 부여받은 기업이 791개입니다. 그리고 2024년 현재 한국거래소에는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 지수, KRX ESG 사회책임경영지수, 코스닥150거버넌스 지수, 코스피200ESG지수 등과 같은 ESG지수가 총 11개 상장돼 있습니다. 

이렇게 상장된 ESG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상품들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지만 해외와 같이 ESG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은 도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해외와 같이 ESG연계 파생상품이 도입되려면 기초자산인 ESG와 관련한 평가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 문제, 그린워싱(Greenwashing) 문제,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 문제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파생상품 전문가가 볼 때, 최근 홍콩H지수 ELS 상품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파생결합상품 관련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불완전 판매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 강화로 판매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둘째, 판매사는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합성 원칙에 의거하여 설명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합니다. 셋째, 금융당국은 파생결합증권에 대해 판매사가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로 자율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올해부터 한국금융공학회장을 맡은 만큼, 인공지능(AI)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최근 AI와 증권사의 접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AI와 증권사의 협업은 어디까지 이뤄질꺼라 보며, 해당 산업에서 소비자가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I는 신원인식,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예측, 이상거래탐지, 자금세탁방지, 불완전판매 Q&A, 연체 예측 및 기업진단, 컴플라이언서 및 약관분석, AI기반 신용평가, AI뱅커 등과 다양한 금융업무 분야에서 접목되고 있습니다. 

금융권 중에서도 증권사와 AI의 첫 협업 사례는 신한 AI입니다. 신한 AI는 2020년 인공지능 기반 상품인 신한 NEO 자산배분 증권투자신탁과 신한 NEO AI 펀드랩을 출시했고, 2023년 주식시장 관련 답변 제공을 하는 GPT서비스인 모물을 개발했습니다. 이처럼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AI기술을 활용해 투자상품과 상담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신한 AI는 2023년 말에 결국 해체됐습니다. 그 주된 원인은 초기의 높은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AI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자 증권사는 AI를 활용한 신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기존 디지털·빅데이터 조직을 AI관련 부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도 올해 하반기부터 퇴직연금에 대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일임이 가능해져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AI인력 및 조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존의 투자자문업자에 비해 접근성, 객관성, 일관성 및 투명성 측면에서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에 대한 강건성이 확보되지 않으며 적합성 원칙 위배, 불완전판매 가능성, 투자수익률 하락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금융소비자는 이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국금융공학회장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한국금융공학회 제24대 학회장을 맡아 국제교류와 학문 영역 확대를 통해 학회의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싶습니다. 

국제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2024년 7월 9일부터 11일까지 부산 BIFC에서 일본금융공학회, 대만금융공학회, 한국재무관리학회, 한미재무학회 회원과 중국 학자들이 참여하는 APAF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국제간 학문교류를 증진해 학회 연구자들의 연구역량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향후 금융분야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Block Chain) 또는 분산형 원장(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기술, 핀테크(Fin-Tech) 등의 기술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금융제도, 금융상품, 금융서비스 및 금융소비자 보호 방식을 바꾸는 금융혁신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 결과 기존 금융권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금융상품, 금융서비스 등이 등장할 것입니다. 금융공학 분야와 관련한 최고 수준의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학회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동참하고 관련사업과의 상생 및 협력을 하기 위해 학회의 학문 영역을 기존의 재무금융분야 뿐만 아니리 금융혁신 분야까지 확대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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