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맏형' 현대건설도 공사비 갈등···'5조원 미청구공사'에 운전 자본 부담
[초점] '맏형' 현대건설도 공사비 갈등···'5조원 미청구공사'에 운전 자본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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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청구공사 5.3조·42.9%↑, 미수금 3.3조·67%↑···"외형 확대 영향"
회사 운전자본 부담 증가 우려···영업 현금 유입도 2년째 마이너스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장 곳곳 갈등·중단 등 차질···"해법도 없어"
현대건설 계동사옥(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계동사옥(사진=현대건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금액과 미수금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미청구공사액은 5조원대로, 도급순위 10위권 건설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규모다.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악화와 공사비 급등 상황에서 사업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회사 운전자본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향후 공사비 갈등이 계속 심화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건설 사업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미청구공사 금액은 전년(3조7347억원)보다 42.9% 늘어난 5조335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2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상장 건설사 가운데 미청구공사 규모가 가장 컸다. 별도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52.9% 늘어난 3조6748억원으로, 미청구공사 증가폭이 훨씬 큰 수준이다. 

공사 금액이 매출액의 5% 이상인 대형사업장 중 미청구공사 현황을 보면 해외 사업장이 대부분이었지만, 국내 주택사업장에서도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과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장에 각각 2629억원, 686억원의 미청구공사액이 있었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대금 가운데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할 위험이 있는 미수채권을 포함하는데 공사 진행률에 맞춰 대금을 회수하는 만큼 단기에 끝나지 않는 건설 공사의 경우 일정 부분 미청구공사를 보유할 수밖에 없다. 다만 미청구공사가 많을수록 현금 흐름이 지연되므로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는 데다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할 경우 남은 금액이 모두 손실로 잡힐 수 있어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미청구공사를 현금으로 무사히 회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문제는 회사의 공사 미수금 역시 증가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연결기준 공사 미수금은 3조3232억원이다. 이는 전년(1조9854억원)보다 67% 증가한 것으로, 1년 새 미수금 규모는 1조3378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측은 매출 증가 등 외형 확대 과정에서 미청구공사 등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주의할 리스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미수금 규모 증가는 매출이 30% 이상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다. 통상 매출 발생 뒤 2~3개월 뒤에 수금하는데 5조원 규모 미청구공사는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면서 "건설 업황 부진 등에 따라 시장 우려는 알지만 금융‧자산, 유동성 등에 대한 경영 및 대응 계획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특별한 리스크나 유동성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건설은 매출액이 연결기준 2022년 21조2390억원에서 2023년 29조6513억원으로 8조원 이상 증가했다. 당기순익 역시 6543억원으로 전년비 1834억원 늘었다.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조2056억원으로 미수금이나 미청구공사가 부담스러울 수준은 아니다.

4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장에 공사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오세정 기자)
4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장에 공사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오세정 기자)

다만 미수금 증가는 회사의 원활한 현금 흐름에는 악재로 작용해 운전자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손익계산서와 달리 기업의 실질 현금 흐름을 나타내는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현금흐름에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있어야 할 현금 유입(이하 영업현금)은 마이너스다. 

지난해 회사 영업현금은 마이너스(-) 7147억원으로, 전년 마이너스 1435억원에 이어 2년 연속 현금 순유출이 발생했다. 유출 폭도 직전년도 보다 6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가 위축되며 투자 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에서 유출액과 유입액 모두 2조원 이상 대폭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현금유입은 재무활동을 통해서만 플러스(+) 상태로, 회사채 등 금융기관 차입에 의존해 부족한 곳간을 채운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의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22년도 -6581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660억원으로 한해만에 1조원 가량 증가했다. 차입이 늘면서 이자 지급 부담은 곧 자금 운용에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이자부담액은 585억원으로 전년(430억원) 대비 36% 늘었다. 

여기에 건설‧부동산경기 악화가 지속되는 만큼 공사비 갈등 심화로 미청구공사나 미수금 사례가 늘어나 차질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현대건설은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약 1년 간 20% 가량 공사를 진행했으나 조합 집행부 갈등 및 공백 등에 따라 18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 1월 1일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해 왔으나 최근 내부적으로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더 이상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현재 공사비 미수금 리스크를 일부 짊어지기로 하고 5월 공사 재개를 목표로 제반 준비에 들어간 상태며, 지난 23일에는 공사재개 관련 조합원 설명회를 개최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 내분으로 공사가 중단된 이후 3개월간 개선사항이 보이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사업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에 사업 재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건설은 KT, 롯데쇼핑 등 발주처와 공사비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2019년 컨소시엄으로 계약한 광주 광산구 쌍암동 주상복합 신축 공사와 관련, 롯데쇼핑 측과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을 겪어오다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해당 사업장은 2020년 착공에 들어가 다음 달 완공 예정이지만 현대건설의 140억원 추가 공사비 요구를 롯데쇼핑이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현대건설이 진행 중인 광화문 KT 사옥 리모델링 공사 현장은 2021년 당시 계약금액 1800억원보다 공사비가 20% 가까이 오른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 KT가 발주한 사업장에서 현대건설뿐 아니라 롯데건설, 쌍용건설 등도 공사비 인상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책정되지만 지난 2년여간 물가 상승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급이었던 만큼 곳곳에서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길게는 1~2년 이상 더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인데 뚜렷한 해법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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