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마이너스금리 해제에도···엔화, 34년 만에 최저 수준 왜
[초점] 마이너스금리 해제에도···엔화, 34년 만에 최저 수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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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151.94엔 터치···강달러와 미지근한 日 통화정책 원인
日 정부 시장개입 여부···"152~155엔 진입시 개입할 것"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일본 엔화가 달러당 152엔에 근접하며, 34년 만에 최저가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철폐 등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다.

시장은 견고한 강달러와 미온적인 일본의 통화긴축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인베스킹닷컴에 따르면 27일 오전 달러·엔 환율이 151.94엔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1990년 7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치다.

원화대비로도 떨어졌다. 현재 엔·원 환율은 883.24원으로 지난달 27일 이후 약 한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엔화 약세는 다소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 19일 BOJ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금리를 연 0~0.1%로 0.1~0.2%포인트(p) 인상했기 때문이다. BOJ가 금리를 인상한 것은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뿐만 아니라 수익률곡선통제정책(YCC)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자산매입도 중단됐다. 그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해온 완화적 통화정책이 전환된 것이다.

문제는 금정위 직전 149엔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엔 환율이 직후 151엔선을 돌파하는 등 오히려 약세가 심화됐다는 점이다.

이런 엔화 약세는 크게 두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먼저 견조한 달러 강세를 들 수 있다.

지난 21일 102.8선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104선을 돌파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완화적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기조에 하락했던 달러 가치가, 견조한 경기지표에 반등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S&P 글로벌이 발표한 미국 3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5로, 2022년 6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부문의 성장세가 견인했다는 평이다.

또한 2월 미국 기존주택판매가 438만채로 한달새 9.5%나 증가했으며, 신규실업급여 청구건수(10~16일)는 21만건으로 예상치(21만2000건)를 소폭 밑돌았다. 전일 발표된 2월 내구재 주문 역시 전월 대비 1.4% 증가하며, 예상치(1%)를 상회하는 등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였다.

이에 지난 23일 4.19%까지 떨어졌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4.235%까지 반등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4.6%에 근접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한 스위스를 시작으로 유로존, 영국 등 주요국들의 '피벗(정책선회)'이 임박했다는 전망 역시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비달러 통화의 약세가 빨라지며 달러 가치를 지지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엔화 약세 요인은 BOJ의 미온적인 정책기조다. 대표적으로 마이너스금리 탈출에도 완화적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금정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어느 시점에 국채 매입 축소를 고려할 것"이라며, YCC가 끝난 뒤에도 대략적인 국채매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결과 지난 22일 0.743%까지 올랐던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0.726%까지 떨어졌다. 특히 선반영된 부분이 되돌려지며, 지난 25일에는 0.713%까지 떨어지는 약세를 보인다.

다만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일본 정부의 개입 역시 불가피해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 역시 엔화 약세와 관련해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달러·엔 환율이 150엔선을 웃돌자 일본 정부는 시장개입을 단행한 것과 유사한 반응이다. 미국의 상업은행이자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달러·엔 환율이 152~155엔대 범위로 상승하면, 일본 재무성이 엔화 지지를 위한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칫 환율이 물가압력을 자극할 수 있고, 가계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분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일본 정부 입장에선 경기 회복과 주식시장 부양 수단으로 당분간 엔저를 활용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엔화 추가 약세를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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