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홀로' 웃던 시멘트업계, 올해부터 직격탄···"대안도 없다"
작년 '홀로' 웃던 시멘트업계, 올해부터 직격탄···"대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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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100%' 상승···시장 5년 만에 겨우 '年5000만t' 회복했는데
출하 10% 감소 전망되는데 환경 대응 비용은 늘어···"경영 계획 막막"
철도 화차와 뒤로 보이는 시멘트 공장. (사진=서울파이낸스)
철도 화차와 뒤로 보이는 시멘트 공장.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지난해 단가 인상, 유연탄가격 안정화 등으로 실적 성장세가 돋보였던 국내 시멘트업계가 올해는 본격화된 건설경기 하방 압력으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업계 안팎으로는 지난해 5000만t을 회복한 출하량이 올해에는 10% 이상 감소해 근 5년래 최저인 2020년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 같은 실적 감소에도 산업 특성상 내수 시장 말곤 대안이 없다는 게 업계 고민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업체들은 경영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실제 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삼표시멘트 등 국내 5대 시멘트업체는 지난해 매출이 적게는 8%에서 많게 21%까지 모두 상승했다. 

영업이익으로 봐도 레미탈 사업을 하지 않는 쌍용C&E를 제외한 4개사 모두 두자릿수 이상으로 실적이 수직 상승했다.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증가폭이 두드러졌는데 각각 한일시멘트가 1180억원에서 2466억원으로 109%으로, 18억원에서 733억원으로 3899.3%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 2년간 4차례 걸친 단가 인상으로 40% 가까이 오른 시멘트가격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부실시공' 논란에 건물 안전성이 부각되며 시멘트 투입량이 증가한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시멘트 출하량도 증가해 지난 2020년 4716만t으로 바닥을 찍은 이후 5년 만에 5000만t을 회복했다. 

그러나 시장 회복에도 시멘트업계 표정은 어둡다. 건설경기 침체 영향이 시멘트업계에도 들이닥치며 올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진 탓이다. 시멘트업계 실적은 건설업계 실적이나 부동산 지표보다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 늦게 반영된다. 착공 후 자재 납품이 이뤄져야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전년보다 25.5% 감소한 총 38만8891세대로 나타났다. 착공 물량도 2022년(38만3404세대)보다 45.4% 급감했다. 

업계 안팎으로는 올해 수요 증가세가 꺾이며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10% 감소한 4500만t 수준으로 꼬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근 10년래 가장 적었던 2014년 4371만t보다 조금 많은 정도로, 이 기간 연간 출하량 중 두 번째로 적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시장은 1, 2월부터 수요가 늘기 시작해 3, 4월 '시멘트대란'이 생길 정도로 성수기에 진입하는데 올해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공사 중단은 물론, 불황이 더 심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공사를 끝낸 사업장들도 많고, 착공은커녕 수주 자체를 하지 않으면서 신규 사업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탄소중립 및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요되는 설비 투자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문제다. 한국시멘트협회 측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멘트 기업들은 환경 부문 설비에만 2조원 넘게 투입했다. 환경부 방침에 따라 2027년까지 시멘트사들이 설치해야 하는 오염물질 저감시설 선택적촉매환원설비(SCR)는 운영비만 매년 7000억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발생하는 이익으로는 설비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문제는 내수 시장이 주가 되는 시멘트업계로선 국내 경기 악화에 따른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이 침체될 경우 해외 대형 프로젝트나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건설업과 달리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지 않은 데다 영위하는 사업도 한정적인 만큼 신시장에 진출하거나 사업 영역을 확장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올해 출하량이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맞춰 경영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건설사들과 달리 시멘트회사는 내수 시장 말곤 신사업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대안도 마땅치 않다"며 "최근 정부 친환경 규제에 대응해 설비 투자 등 비용도 늘어나고 있어 막막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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