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 뚜렷
'디지털 금' 비트코인 가격은 6만3000달러선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인한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한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촉발, 금 가격에 반영되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대표적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출렁거리고 있다. 홍콩이 아시아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데다 반감기 이벤트 등 호재에도 중동 리스크 관련 여파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모습이다.
16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한 돈(3.75g)을 살 때 가격은 이날 기준 45만2000원으로, 지난 15일 대비 9000원 뛰었다. 한 달 전(39만5000원)보다 14% 이상 오른 수준이다.
연초 36만7000원에 머물렀던 금값은 3월 말 40만원대로 올라서더니 이날 한때 45만4000원까지 오르며 고공비행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던 12일(현지시간) 장중 온스당 2448.8달러까지 오르며 최고 가격을 갈아치운 바 있다.
최근 금값이 치솟은 건 중동 정세 불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중동에서의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안전한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이 반격에 나설 경우 금값 강세가 이어져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유가와 함께 금 가격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미리 반영하며 전주 달러 강세 속에서도 준수한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중동 전역으로의 전쟁 확전 가능성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되나, 단기적으로 유가와 금 가격에 반영되는 지정학적 프리미엄과 변동성은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데 이어 전날 홍콩 금융 당국도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며 자금 유입 토대가 마련됐음에도 비트코인은 6만3000달러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7만달러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크다. 홍콩발 호재로 전날 한때 6만6000달러를 넘어섰으나, 중동 긴장 등 여파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중동 위기발 하락세가 더 짙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잖다.
실제로 글로벌 코인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4시 25분 기준 6만3359달러로, 24시간 전보다 4.72% 하락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에선 전날보다 각각 1.18%, 1.61% 떨어진 9538만원, 9494만원을 기록 중이다.
한편,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65점을 기록하며 '탐욕(Greed)' 수준을 나타냈다. 전날(74·탐욕)보다 떨어진 수준이다. 해당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심이 악화된 '공포' 상태를 의미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높은 '탐욕' 상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