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스타트업 찾자"···건설사, '혁신 기술' 선제 확보 경쟁
"우수 스타트업 찾자"···건설사, '혁신 기술' 선제 확보 경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택 사업 부진에 에너지·해외 수주로 눈돌린 건설사···혁신 기술 필요성↑
AI·BIM·로봇 이용하면 공기단축, 비용 절감, 수익률 개선, 안전 문제 개선
이번달 10대 건설사 중 4개사 혁신 기술 공모전 진행···ESG·동반 성장 부각
상용화엔 한계있단 지적도···법,제도 개선·인식 전환 노력·기업 준비 필요
6일 건설산업비전포럼에서 삼성물산이 발표한 '디지털 트윈' 자료 중 부산 EDC 스마트 빌리지에서 드론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가상)모습이다. (사진=박소다 기자)
지난해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에서 나온 혁신 기술 '디지털 트윈' 내용 중 일부. 드론이 주택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가상)모습이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혁신 기술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기술 공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공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의 연구를 지원하고, 경쟁사보다 빠른 기술 확보를 통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중 4개사가 최근 일제히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최근 공모전 트렌드는 한 기업이 지식재산권을 독점하지 않고, 여러 기업들이 역량을 동원해 해당 기술이 업계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방형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한다.

롯데건설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이번달 두 개의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을 진행한다. 각각 이번달 30일, 다음달 7일까지 지원할 수 있다. 모집분야는 혁신 기술과 건설산업에 즉시 적용 가능한 자유주제도 가능하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해에도 해당 공모전을 통해 AI 관련 스타트업인 '로민'과 AI 문서 이해 플랫폼을 만들고, 중소기업인 '제이피이엔씨'와 모듈화된 흙막이 띠장(흙막이 구조물의 부재) 기술을 개발했다.

SK에코플랜트는 구체적으로 환경·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번달부터 5월 17일까지 진행하는 공모전에서 회사는 △배터리 △에너지 △친환경 △대기오염 △해양 및 해상풍력 △AI·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친환경 소재 △스마트건설 등 8개 분야에서 스타트업 기술을 모집한다. 해당 공모전 대표작으로 2022년 '케이씨엠티'사와 공동개발하고 현재 생산·판매중인 K-에코바 등이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도 이번달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을 통해 총 15개 안팎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 2년간 20여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사업실증·육성 프로그램을 진행 한 바 있다. 'AI 기반 공동주택 3차원 자동설계 플랫폼'을 개발한 텐일레븐에 지분 투자했고, '건설현장 스마트 안전·보건교육 솔루션'을 개발한 새임과의 협업을 통해 해당 솔루션 등을 전 현장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호반건설 역시 스타트업 투자에 힘쓰는 건설사다. 회사는 이번달 말까지 신공법·신자재 제안 공모전을 진행한다. 심의를 거쳐 모의 검증, 피드백을 통해 실제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호반건설은 2월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와의 오픈이노베이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2019년엔 건설업계 최초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법인 플랜에이치를 설립해 스마트 건설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스타트업 발굴에 나선 것은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에너지 등의 신사업과 첨단 혁신 기술을 요하는 해외 수주로 눈을 돌리면서 빠른 첨단 기술 확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드론, 자동화, 빌딩정보모델링(BIM), 사물인터넷(IoT), 친환경 공법 등을 도입한 '스마트 건설'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자동화와 BIM은 설계·조달·시공 등 건설 전 과정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관리하게 해 공기 단축을 통한 공사비 절약을 가능하게 하며, AI 활용은 유지관리·운영을 수월하게 만든다. 또한 드론, 로봇 투입 등은 인력난을 해소하고 과거 사람이 담당했던 위험 구조물 시공을 대신해 건설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중대재해 위험도 줄인다.

아울러 기술 개발을 위한 인재 확보 및 조직 개편보단 외부 기술 공모전을 통하면 시간과 비용도 크게 절약된다.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했지만 사업 실행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연구 역량과 자원을 지원하고 계약에 따라 해당 기술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권장하는 동반 성장·상생 경영 등 ESG 철학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정부는 매년 동방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 평가'에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회사에 직권조사 면제, 조달청 공공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 가점 부여, 국세청 모법납세자 선정 우대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지난해 최우수 기업에 오른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삼성엔지니어링 △한화 건설부문 등이다.

다만, 혁신 건설기술이 실제 현장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의 보수적 문화 특징으로 인한 특정 혁신 기술에 대한 저항도 문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스마트 건설기술 활성화가 되려면 법·제도 등 실질적인 개선도 필요한데 아직 미흡하다"며 "이에 따라 현장에서도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이 저하되고, 실제 활용을 위한 건설기업들의 준비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