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DL이앤씨는 기본 급여 동결·성과급↓···수익성 약화, 책임경영 등 이유
"주주환원 기조 강화하며 회사 경영진에 대한 연봉 책정 잣대가 더 엄격해져"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빅(BIG) 5'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 최고경영자(CEO)들의 연봉이 공개됐다. 일부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 회사 수익 약화에 따라 경영진들의 연봉을 동결시키면서 경영자별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25일 서울파이낸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개된 건설사들의 '2023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연봉 1위는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19억7600만원)였다. 이어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16억6100만원) △허윤홍 GS건설 대표(14억7400만원)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6억7600만원) △마창민 DL이앤씨 대표(7억7300만원) 순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기본급 6억5200만원 △상여금(성과급) 12억1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억2300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성과급이 2022년 5억8900만원에서 지난해 12억1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부분이다. 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해 영업익 1조원 돌파하는 등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냈던 게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3년 연속 해외 건설 수주 1위(2023년 71억5252만달러)를 달성한 것도 오 대표의 연봉인상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연봉 2위를 차지했지만, 1년 새 연봉이 1억3000만원(7.26%) 줄었다. 성과급이 1억1200만원 감소한 탓이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의 매출과 영업익이 증가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이 같은 연봉 동결은 건설 경기 침체 등 악화된 대내외 경영환경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의 연봉은 취임 첫해인 2021년 10억8000만원에서 2022년 17억9100으로 66% 오른 바 있다.
3위는 허윤홍 GS건설 대표로, 2022년 13억4400만원에서 지난해 14억7400만원으로 연봉이 인상됐다. 허 대표는 위 건설사 CEO 중 유일하게 회사 오너가 출신으로, 그간 GS건설 미래혁신대표(CInO)를 맡아오다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GS건설 신임 대표를 맡게됐다. 이어 취임 4년 차에 접어든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의 연봉도 1년새 1억6800만원이 올라 4위를 차지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지난해 연봉으로 7억7300만원을 받았는데 직전연도 대비 2억9000만원이 줄어, 5명의 CEO 가운데 연봉 감소폭(-27.28%)이 가장 컸다. 마 대표의 경우 2022년 2억92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지만, 지난해엔 아예 받지 못했다. 지난해 회사의 영업익과 당기순익은 2022년대비 각각 33.5%, 53.2% 줄었다.
전체적으로 CEO들의 기본 급여는 동결됐거나 소폭 상승한 데에 반해 성과급 액수가 엇갈리며 전체 연봉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성과급을 제외하면 급여 순위는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가 1위,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2위, 마창민 DL이앤씨 대표가 3위로 크게 달라진다.
성과급은 각 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매출·영업익·당기순익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 대내외 경영환경과 경쟁사 대비 성과, 회사 목표 초과에 따른 인센티브, 단기 및 중·장기 전략 실행률 등의 비계량 지표, 경영자의 직무·근속기간·기여도를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지난해는 고금리 장기화, 원자잿값 급등의 악재를 만나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며 회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위 5개사의 2023년도 영업익 합은 2조4246억원으로 1년 전(3조2616억원)보다 25.66% 감소한 모습이다. 이를 바탕으로 건설사들은 내부 임원 임금 기준에 따라 기본급을 동결하는 등 CEO들의 연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 업황이 안 좋다 보니 책임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CEO의 연봉이 적절하게 책정된 부분이 있다"며 "또한 주주환원 기조도 강화되면서 회사 경영진에 대한 연봉 책정 잣대가 더욱 엄격해지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