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증권업서 '씁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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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통해 재매각 의사 확인
매각대금, 3000억원 정도 예상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유진그룹이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한 지 1년 만에 재매각 검토 사실을 공식화했다. 하이마트 인수로 그룹 내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자 증권사 매각을 통해 재무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증시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고 진출 규제 완화에 따라 증권업에 대한 매력도가 저하된 것을 감안하면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1년 만에 물러난 유진그룹
유진그룹은 지난 9일 "경쟁력 있는 사업 분야에 집중한다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 하에 증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재매각 의사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진그룹은 유진투자증권을 출범시킬 당시만 해도 5년 내 업계 7위권 도약, M&A를 통한 대형화, IB(투자은행)의 역량 증대 등 포부는 대단했었다"라며 "그러나 유진그룹이 M&A를 통해 무리하게 성장을 밀어붙여 그룹내 유동성이 악화되자 이같은 재무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증권사 매각 키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진그룹은 지난 2006년부터 서울증권, 로젠(택배업체), 한국통운, 한국 GW물류의 지분을 잇달아 사들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하이마트를 인수하는데 무려 2조원이란 자금은 쏟아 부었다. 이에 유진그룹은 1조1000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됐고 부채비율은 93%에서 195%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유진투자증권이 올 1분기 16억원의 영업손을 입고 적자로 돌아섰으며, 자회사인 유진자산운용 역시 지난해 6억2700만원의 영업손을 기록하며 그룹내 재무 부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금융업은 성장축이라고 일컬어 질 만큼 핵심 사업인데 단순히 그룹내 재무무담을 덜어내기 위해 다른 계열사를 놔두고 증권사를 매각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금융업과 산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단순히 '돈이되는 시장이니 발만 담궈보자'라는 안일한 생각이 빚어낸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매각, 난항 겪을 듯
시장에서는 유진투자증권의 매각가를 3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6월말 기준으로 유진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6450억원, 시가총액은 5600억원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타 증권사에 비해 낮게 책정된 것을 아니지만 불안한 주가가 문제다. 유진그룹이 금융채 발행 등 비교적 펀딩이 용이한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어 주가가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 당연히 매각가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유진투자증권이나 유진자산운용 모두 이렇다 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의 손실폭이 확대되면서 자통법 실시를 기점으로 M&A시장에 한꺼번에 흘러나올 것으로 보여져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매력도는 그렇게 크지 않다"라며 "매각가가 시장의 예상을 많이 하회할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교보증권처럼 매각 키만 들고 있을 뿐 실질적인 진척이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HSBC, 국민은행, 롯데그룹, 현대차 등이 인수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매수자 보다는 매도자가 더 긴급한 상황인 만큼 유진그룹의 재무상황에 따라 매각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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