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대법에서 기각해도 수용 못 해"
하종대 전 KTV 사장 "고령화 대비 의사 증대는 국민 요구"
[서울파이낸스 (부산) 강혜진 기자] 최근 정부의 '의대증원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의료계의 가처분 소송에서 사법부가 정부의 손을 들어줘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외려 의료계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는 대법에서 똑같은 판결이 나와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까지 피력하고 있다. 애당초 해당 소송은 극히 일부 회원들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시작된 소송이었을 뿐이었다는 것.
대다수 회원의 합의에 따라 시작된 소송이 아닌 데다, 의대증원 문제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을 일이 아니라, 정치나 통치행위이므로 판결 여부에 대다수 회원은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또 인구 대비 의사 수가 OECD 국가 중에서 하위에 속한다는 논리로 의대증원을 주장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2일 의료전문방송 ONN닥터TV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본부 개소 기념으로 마련한 '메디컬포커스-의대증원 최종 확정, 남은 과제는?'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제기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정근 전 부산시의사회 회장이 진행하고 이동욱 회장과 하종대 전 한국정책방송원 원장이 출연했다.
먼저 이동욱 회장은 "대한민국 의사 숫자 증가 속도는 현재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의사들의 반대로 의료 인력이 지난 20년간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과 인구수 대비 의사 숫자가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이라는 논리로 의대증원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례로 인구수 대비 의사 수가 최상위권에 속하는 쿠바나 그리스에서 국민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질 떨어진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인구 대비 적은 의사 수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수술받으려고 교포들이나 외국인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의사 수를 무분별하게 늘리는 것은 의료 선진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국가 의료의 파탄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K-의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의대 증원을 차분히 검토해야지 시간에 쫓기듯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회장은 '향후 전공의 사직이나 의대생 휴학사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미래를 잃어버린 그들은 결정을 번복하기 힘들 것"이라며 "사직이나 휴학도 개인의 자유권에 속하는데 사직서 금지명령이나 휴학금지 명령 같은 건 이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정부의 거친 조치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하종대 전 한국정책방송원 원장은 의대증원 문제는 시대적 과제라며 정부 측을 옹호하며 의정 갈등의 장기화는 국민건강권을 위험하게 할 수 있으므로 의료계의 이성적이고 슬기로운 대처를 주문했다.
하 전 원장은 "의대 증원은 국민이 오랫동안 갈구해 온 현안 과제"라며 "앞선 정부들도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하려 했고 그때마다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 증원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다"고 옹호하면서 "이는 발표 초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3%가 의대 증원을 지지했다는 게 그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일방적으로 비친 데다,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의료현장이 심각하게 혼란에 빠져들면서 국민 피해로 다가가자 외려 정부를 탓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전히 국민은 의사 수를 증원에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 전 원장은 이날 이동욱 회장의 '의대증원 1년 유예' 주장에 대해서도 "'1년 유예'라는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여도, 내년에 또다시 갖은 핑계들로 의대증원에 대해 유예 또는 반대할 게 뻔하지 않느냐"며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대증원 1년 유예' 요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또 하 전 원장은 전공의 사직이나 의대생 휴학에 대해서도 "이는 개인의 자유권보다는 국민의 생명권이 더 보호받아야 하므로 의료계에서 더욱 현명하게 처신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토크에서 출연자들은 이번 전공의 사태로 인해 수도권 메이저병원들이 지나치게 전공의에게 의존해 왔으며 전공의 이탈로 그동안 왜곡돼 온 의료전달체계가 다시 제자리를 잡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 양측 출연자 모두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과 휴학하려는 의대생들에게 더 이상 불이익을 주는 행정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정부 측에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ONN닥터TV는 이날 제작한 토크 프로그램 '메디컬포커스-의대증원 최종확정, 남은 과제는?'을 오는 26일 오후 SKBtv(270번)와 KT지니tv(262번)를 통해 녹화 방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