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1분기 GDP 서프라이즈, 순수출 호조···물가에 제한적"
[일문일답] 이창용 "1분기 GDP 서프라이즈, 순수출 호조···물가에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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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예상보다 높지만 성장세 완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예상을 크게 웃돈 1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해 순수출 호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수 성장세는 다소 완만하며, 성장률 호조가 물가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깜짝 성장세에 대해 "수출이 예상보다 굉장히 좋았고, 수입이 예상보다 줄었다"며 "가장 큰 원인은 겨울 날씨가 좋아서 에너지 수입이 많이 줄었고, 반도체 투자가 조금 지연되면서 반도체 설비 수입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 전망을 유지한 배경에 대해 "순수출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내수보다는 제한적"이라며 "또한 내수가 예상보다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 성장세는 완만하며, 정부 물가대책을 검토할 때 물가 예상치를 바꿀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하반기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하반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진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금리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였다. 또한 3개월 내 통화정책 전망에서 인하 소수의견이 유지됐다.

소수의견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원 1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갔지만 내수회복세가 완만할 것이고, 물가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는 스탠스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경제 성장률이 좋아지면 물가도 같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물가전망을 유지한 배경이 궁금하다.

△이번에 성장률 제고의 4분의 3정도가 순수출 증가에 기인했다. 수출이 예상보다 굉장히 좋았고, 수입이 예상보다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겨울 날씨가 좋아서 에너지 수입이 많이 줄었고, 반도체 투자가 조금 지연되면서 반도체 설비 수입이 줄어들었다.

다만 순수출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내수보다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물가에 주는 영향이 적었다. 또 내수가 예상보다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 성장세는 완만하며, 정부 물가대책을 검토할 때 물가 예상치를 바꿀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고 본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크게 상향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어든 것 아닌지?

△하반기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진 상황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 상향 조정으로 GDP 갭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점이 앞당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로 보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GDP 갭이 양수로 돌아가는 시점은 성장 전망치를 바꿨음에도, 내년 초로 보고 있다. 이번에 성장률 전망을 올림으로써 음수였던 GDP 갭이 축소되는 쪽으로 작용했지만, 이것이 양수로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유지됐는지?

△이번에도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둬야 된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스탠스를 유지하셨다.

-1분기 GDP 발표 후 한달이 지났는데 내수 깜짝 개선에 대한 원인 파악이 됐는지?

△4분의 3 정도가 대외 부분에서 저희들이 놓친 부분이 있었다. 수출이 생각보다 좋다는 점은 예상했지만, 수입 감소폭에 대해서는 놓친 게 있었다.

먼저 통관자료들이 금방 넘어오는 게 아니라서 놓친 부분이 있었고, 휴대폰 출시로 뒤에 있던 소비가 앞으로 당겨 쓴 것도 있었다. 물론 내수가 근본적으로는 좋아진 게 크다.

그 다음에는 정부의 재정지출 자료의 경우 한은이 거의 마지막에 받기 때문에, 이전지출이 많이 늘어나서 소비에 영향을 줬다. 날씨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얘기를 해서 자료를 좀 더 빨리 받아볼 수 있는지, 또 통관자료도 다른 프록시를 써서 볼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고 있다. 기술진보에 따라 바뀌는 부분 등도 개선해서 열심히 찾아보려고 한다.

-최근 미국과의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과, 이 경우 금리격차 확대로 인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웨덴, 스위스, 남미 등에서 금리 인하를 먼저 한 것은 미국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고 향후 내리는 것을 고려한다는 시그널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경기가 너무 많이 낮아졌고, 스위스는 지금 물가상승률이 1% 밑으로 내려가는 등 각국의 상황에 맞춰 금리를 먼저 내리는 추세다.

다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졌다고 기계적으로 환율 등의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1년 반 동안 봤지 않나. 다만 너무 크게 벌어졌을 때 생길 수 있는 환율 변동성이나, 자본이동 가능성들은 당연히 보고 하반기에 통화정책을 정하겠다는 말씀드린다.

-ADB 출장 당시에 4월과 비교해서 세가지 전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재도 유효한 것인지.

△당시 미국 금리 인하가 뒤로 미뤄지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게끔 시장에서 반응이 있었고,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있어서 환율이 많이 튀었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이 생각보다 좋아서 그걸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고 발언했었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변했는지 보면 우선 재검토를 해서 국내성장률 전망을 2.1%에서 2.5%로 대폭 올렸다. 다만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저희들이 결론을 내렸다.

이란-이스라엘 사태는 다행스럽게도 더 번지지 않는 모양이다. 다만 이란 대통령 사망, 이스라엘의 공격 등으로 언제든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어서 얘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미국 통화정책의 지연 여부도 매일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뀌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어제 발표된 FOMC 회의록을 보면 금리를 더 올려야 된다는 분이 많다고 해서, 시장이 또 한쪽으로 가고 있다. 당분간 전 세계는 미국 연준의 피벗 시점 등에 따라 환율이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통방의 문구에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졌다"는 표현을 썼다.

-현재 금리수준에 대해 제약적이며,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완화적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한은에서 보고 있는 금융상황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아직은 긴축적인 지점에 있다고 본다. 실질 주택가격이라든지 주식이라든지 여러 가지 시장 변수를 고려해 보면, 크레딧 스프레드 등은 금융상황이 긴축적인 상황에서 조금 완화되고 있는 국면이라고 판단된다.

실제 CPI도 떨어지고 있고, 근원물가가 떨어지는 걸 보면 아직까지는 제약적인 수준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저희들의 현재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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