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도 '허리띠 죈다'···자체 구조조정에 임금 삭감까지
대형건설사도 '허리띠 죈다'···자체 구조조정에 임금 삭감까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익률 개선 위한 자구책 시행···임원 해임‧경력직 축소
급여 삭감‧성과급 미지급 등 인건비 감축···"내실 강화 집중"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나민수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나민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건설사들이 주택 시장 침체와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비용 감축에 나섰다. 임금 삭감, 성과급 미지급, 인력 축소 등 자체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특히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건설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가 주택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현재 구조조정을 위한 면담대상자로 통보를 받은 인력은 20명 가량으로, 최종적으로는 50~70명 수준으로 대상을 늘릴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의 DL이앤씨 라운지에는 본사 1800명 중 수백명을 구조조정하고, 이미 담당 임원들이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와 업계 이목이 쏠렸다. 

실제 DL이앤씨는 지난 3월 당시 마창민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해 상무·전무 등 임원 18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전체 임원 50여명 중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주택과 토목 부문 임원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비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6년차 이상 임원 등을 포함해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DL이앤씨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저성과자 대상 면담 진행은 과거에도 인사 차원에서 매년 진행해 온 부분이며 다른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도 "현재 건설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여러 방안들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임금 삭감이나 성과급 미지급 등을 통해 인건비 절감에 나선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상무급 이상 임원 전체 급여 10% 이상 감축을 결정했고,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2월부터 임원과 팀장급 이상에 대한 직급 수당을 30% 삭감했다. 롯데건설은 2년째 성과급이 미지급된 상황이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도 지난해 실적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최근 본사 직원 대상으로 다음달 1일부터 1년 동안 최장 2개월의 '유급 휴직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유급 휴직제는 본사 직원들이 원하는 시기에 1개월에서 2개월까지 '리프레시 휴직'(급여는 기본급의 50% 지급 예상)을 쓸 수 있도록 한 것. 대우건설 관계자는 "직원들 중에서 '제주도 한달살이' 등 장기간 휴가 제도 도입에 대한 요구가 많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시범 운영하게 된 것"이라며 "본사 임원‧팀장이나 팀별로 필수인력은 제외되면서 인건비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경력직 채용도 크게 줄었다. 건설업체인사관리자협의회가 건설사들의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건설사들은 경력채용을 전년 대비 67% 줄이고, 신입사원 채용을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무직 채용 감소, 기술직 채용 증가 기조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건설사들의 사무직과 기술직의 채용 비율은 7대 93으로, 지난해 9대 91보다 기술직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한 부진한 부동산 시장과 PF 부실에 따른 유동성 불안 등 악화한 재무구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황 악화 분위기 속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과 비용을 축소하면서 내실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지난해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에 몸을 사리면서 착공과 공사 계약액이 급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해 건축 착공면적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7568만㎥를 기록, 1년 전인 2022년 1억1084만㎥보다 31.7% 감소했다. 또 지난해 건설공사 계약액은 240조6000억원으로 2022년 296조7000억원보다 56조1000억원(18.9%) 줄었다.

문제는 지금의 경기 침체 분위기가 향후 2~3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비용 절감 행보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이클이 있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 분위기가 앞으로도 2~3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외형을 넓히기보다는 비용 절감, 수익성 강화, 구조조정 등을 통해 내실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수주 같은 경우도 사업성을 검토한 뒤 면밀하게 진행하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