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비염 스프레이·여드름 연고 등 판매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을 진행한지 한 달만에 거래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의약품 거래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어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3월 11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파악된 의약품 불법 판매 건수는 △영양제 286건 △피부질환 치료제 191건 △소화제 114건 △점안제 102건 △탈모치료제 73건 △동물용 의약품 67건 △다이어트(한)약 59건 △파스류 38건 △금연보조제 33건 △감기약 29건 △소염진통제 28건 △해열진통제 26건 △기타(변비약, 흉터 치료제, 수면유도제, 항히스타민, 피임약 등) 533건 등으로 총 1579건이다.
건기식 시범사업은 지난달 8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기존엔 영업신고를 한 판매자만 건기식 판매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일반인도 정해진 중고 거래 플랫폼(당근 마켓, 번개장터)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시범사업에 앞서 식약처는 △미개봉 상품 △유통기한 6개월 이상 남은 상품 △제품명, 건기식 도안 등 제품 표시가 기재된 상품 △해외 직구 혹은 구매대행이 아닌 상품 등에 한해서만 중고 거래를 허용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소비자들은 건기식과 의약품을 구분하지 못한 채 약사법을 위반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의약품 거래 실태를 확인해 본 결과 파스, 비염 스프레이, 여드름 연고 등의 일반의약품과 '일본에서 사 왔는데 안 먹어서 팝니다'라며 자가소비 목적으로 사 온 해외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심지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나 이미 개봉을 한 제품까지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온라인 의약품 거래는 약사법에 저촉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때문에 대한약사회는 시범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돌입된 후 일반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까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무분별하게 불법 판매되는 등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됐다"며 "건기식과 의약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식의약 당국은 국민의 건강권보다는 편의성에 매몰된 인기영합적 정책을 도입했고 부작용에 대한 사후 관리조차 되지 않아서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개국약사 A 씨도 "비타민, 다이어트 보조제 등 건기식의 종류가 늘어나서 약사들도 식품인지 의약품인지 직접 성분을 확인해야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 소비자가 일일이 확인하고 판매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개개인에게 맞춰져 있는 전문의약품을 처방 없이 먹었다가 나타나는 문제는 누가 보상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식약처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사례가 지속될 경우 시범사업을 철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고거래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신고 체계를 통해 조치를 취하고 플랫폼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플랫폼 내에서 관리를 못하거나 하는 반복적인 일이 계속 발생한다면 중고거래 플랫폼의 시범사업 참여 승인을 철회할지 검토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건전한 의약품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