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멘트‧레미콘업계, 출구 없는 '마이너스 성장 늪'에 빠졌다
[초점] 시멘트‧레미콘업계, 출구 없는 '마이너스 성장 늪'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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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시멘트 출하량 15% 이상 감소···연간 20% 하락 전망도 
레미콘 출하량도 15~20% 축소···"전방산업 건설업황 악화 탓"
매출‧수익 하락 우려되지만···원자잿값‧인건비 등 비용은 상승
"내수 집중하는 산업 특성상 수익 회복 위한 탈출구도 없다"
레미콘 타설 모습 (사진=서울파인내스DB)
레미콘 타설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2년여간 끝이 보이지 않는 건설업 불황에 후방산업인 시멘트‧레미콘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극성수기인 2·4분기에도 수요 회복은커녕 출하량 감소세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본격적인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마이너스 성장의 덫’에 빠질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협회가 집계한 올해 1분기 시멘트 출하량은 1040만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4% 감소했다. 6월 들어서는 20% 이상 감소하는 등 2분기 수요가 더욱 위축됐다. 

시멘트 수요는 통상적으로 2분기 이후부터 늘어나고 특히 2분기와 4분기는 극성수기에 해당해 출하량이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는 이례적으로 감소폭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A사의 경우 올해 상반기 시멘트 출하량(잠정 집계)이 13% 가량 감소했고, 현재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힌 B사는 잠정 집계 기준 10% 넘게 축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사도 10% 내외로 출하량이 감소했다. C사 관계자는 "2분기 성수기가 시작하는 4, 5월 감소폭이 8~9% 수준으로 줄었지만 극성수기로 여름철 수요가 늘어나는 6월 들어 급격히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하반기부터 하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시멘트 출하량이 20% 넘게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 따라 작년 하반기부터 출하량이 꺾인 상황인데 올해는 체감하는 게 다를 정도로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며 "올해 내수가 대폭 하락하고 내년 중반까지도 출하량 감소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D사의 경우 올해 상반기(1~6월) 레미콘 출하량은 199만㎥(루베)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235만㎥)보다 15.3% 가량 줄어든 양이다. 

E사는 올해 상반기 176만㎥(루베)를 출하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21%나 감소했다. E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에 따라가는 산업인데 현재 건설업황 자체가 얼어붙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건설사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면서 "업계는 매출 저하와 시장 악화를 느끼고 있고 당분간 어려운 시기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멘트‧레미콘 업계의 수요가 감소한 것은 수요 산업인 주택 건설경기가 침체된 탓이다. 실제 지난해 건설 경기 지표인 인허가‧착공‧아파트 분양‧준공 물량이 모두 2022년과 비교해 큰 폭(-36%‧-57.2%‧-44.7%‧-18.5%)으로 줄었다. 

문제는 당분간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회복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4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주택공급은 2022년, 2023년 사이 택지준비, 인허가, 착공 물량이 급감했고 2024년의 프로젝트 금융여건도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워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물량이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시멘트‧레미콘업계는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내수에 집중된 산업 특성상 수익성 개선을 위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원자잿값, 인건비, 환경규제 대응에 따른 설비투자 등 투입 비용은 해마다 상승하는 만큼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요원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여기에 악재도 산적하다. 최근 대한건설사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최근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와 한국레미콘공업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에 시멘트 단가 인하를 위한 협상 참여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시장 상황과 시멘트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시멘트 가격 인상에 합의한 만큼 시멘트업계도 현재 건설업황을 고려해 시멘트 가격을 다시 조정 협의 하자는 것이다. 이에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가격 인상분에는 유연탄 가격 이외에 전기료, 설비투자 등 여러 복합 요인이 반영됐고 앞으로 갈수록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가격을 재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레미콘 운반비를 둘러싼 갈등도 커진 상황이다. 최근 수도권 레미콘 제조업체와 운송기사들이 운송비 인상 협상을 개시했으나 인상폭을 둘러싼 입장차가 커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운송기사 측이 1회전 기준 82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제조업체들은 운송비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는 대부분 내수라서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수요 회복에 한계가 있다. 대응 할 수 있는 게 공정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과 내부 비용 절감밖에 없다"면서 "이마저도 환경 규제에 따른 설비 투자 비용의 경우 생존과 직결된 문제여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없고 전기료 인상과 건설업계의 단가 인하 압박까지 더해지며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치솟은 원자재값과 레미콘 운반비용 등이 유지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고 생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는 재료비 이외에 내부적인 비용을 절감해서 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이 중요하고 매출 증대를 위해서 영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건설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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